[사설] 실물과 주가의 괴리 : 위기 메커니즘의 재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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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업계 분위기는 과거 주가 급등기와는 아주 다르다. 예전에는 주가가 크게 오르면 사회 전체가 들썩였지만 최근에는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사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분다.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긴 불황의 터널 속에 있다. 소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빼면 모두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출마저 위태롭다. 몰려드는 외국자금으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두 달 새 8% 이상 내려 달러당 105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9월 마이너스(-1.5%)로 돌아선 수출이 이 달엔 반짝 증가할 전망이지만 환율 추가급락시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도 있다. 주가는 오르지만 내수도 수출도 모두 부진한, 금융과 실물 간 극심한 괴리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위험한 건 주가마저 급락하면 그 충격이 상상 이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유입된 외국자금의 성격을 두고는 약간의 논란도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급속히 빠져나갈 공산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과거 몇 번 경험했던 ‘주가급락 환율급등’의 시나리오가 더 큰 파괴력으로 재연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 금융시장을 주기적 위기로 몰아넣던 오래된 기제가 다시 작동 중인지도 모른다. 최근 주가 급등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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