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2년 2개월 만에 205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지수는 10월 들어서만 2.8%나 급등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23일 이후 어제까지 36거래일 연속 12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사상 최장, 최다 매수 기록으로 이 기간 중 코스피 상승률은 무려 9.7%다.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는 이유는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9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행진을 벌이며 외환보유액만 3300억달러가 넘는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이 여타 신흥국과는 달리 탄탄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업계 분위기는 과거 주가 급등기와는 아주 다르다. 예전에는 주가가 크게 오르면 사회 전체가 들썩였지만 최근에는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사에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분다.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긴 불황의 터널 속에 있다. 소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빼면 모두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수출마저 위태롭다. 몰려드는 외국자금으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두 달 새 8% 이상 내려 달러당 105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9월 마이너스(-1.5%)로 돌아선 수출이 이 달엔 반짝 증가할 전망이지만 환율 추가급락시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도 있다. 주가는 오르지만 내수도 수출도 모두 부진한, 금융과 실물 간 극심한 괴리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위험한 건 주가마저 급락하면 그 충격이 상상 이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 유입된 외국자금의 성격을 두고는 약간의 논란도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급속히 빠져나갈 공산이 매우 높다. 그럴 경우 과거 몇 번 경험했던 ‘주가급락 환율급등’의 시나리오가 더 큰 파괴력으로 재연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 금융시장을 주기적 위기로 몰아넣던 오래된 기제가 다시 작동 중인지도 모른다. 최근 주가 급등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