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는 올해부터 상반신을 90도 굽힌 ‘기역자’ 자세로 퍼팅을 하고 있다. 이 자세 덕에 퍼팅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미셸 위는 올해부터 상반신을 90도 굽힌 ‘기역자’ 자세로 퍼팅을 하고 있다. 이 자세 덕에 퍼팅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재미동포 골프 선수 미셸 위(24·나이키골프)가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미셸 위는 20일 인천 스카이72CC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17번홀(파3)과 18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합계 8언더파를 기록, 당시까지 공동 선두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마다 퍼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셸 위가 긴 버디 퍼트를 쏙쏙 집어넣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연장에 대비해 연습 그린에서 몸을 풀던 미셸 위는 서희경이 마지막 홀 버디로 합계 9언더파를 기록하자 아쉽게 발길을 돌리면서도 표정은 밝아 보였다. 마지막날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그는 “오늘 재미있게 쳤고 특히 마지막날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은 미셸 위는 “다음주 대만 대회도 있고 아직 시즌이 남아 있다”며 “마음 같아서는 올해 안에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올라 올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2011년 8월 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기록한 이후 2년여 만에 ‘톱3’에 들었다. 올 시즌에는 이번 대회 직전까지 22개 대회에 출전해 7차례 커트 탈락했으며 ‘톱10’에는 고작 2차례 들었다.

최근 5개 대회 연속 커트를 통과했으며 2주 전 사임다비말레이시아대회 공동 12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미셸 위는 2010년 8월 캐나디안오픈 이후 우승이 없다.

‘장타 소녀’로 이름을 날렸던 미셸 위는 최근 퍼트할 때 허리를 90도로 굽혀 거의 ‘기역자’ 모양을 만든다. 기역자로 몸을 굽힌 채 볼을 눈 바로 밑에 두고 어깨 회전으로 스트로크한다. 이 자세가 미셸 위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183㎝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장타에 비해 퍼트가 약점으로 지적받은 미셸 위는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한동안 롱퍼터를 사용하면서 퍼터 끝을 배꼽에 대고 치기도 하고 왼쪽 팔뚝에 고정한 채 퍼팅하는 등 여러 실험을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상반신을 과도하게 굽힌 기역자 퍼트 자세로 바꾸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미셸 위는 “키가 크니까 몸을 굽히면 그린 라인을 보거나 스피드를 파악하는 데 더 나은 것 같다”고 퍼트 자세를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셸 위는 지난해 라운드당 퍼트 수 31.16개로 투어에서 119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29.85개로 51위를 기록 중이다. 기역자 퍼트 자세로 바꾼 이후 매 라운드 퍼팅에서 1.31개의 타수를 줄이고 있어 이를 4라운드로 환산하면 대회당 5.24타를 줄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퍼트 자세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미 LPGA투어 명예의 전당 멤버이자 미국 골프채널 해설자인 주디 랭킨은 “퍼팅 라인을 보기에 편한 자세는 아니다”며 “다른 자세로 바꾸라”고 충고했다. 이언 풀터(영국)는 “미셸 위의 퍼트는 끔찍해서 볼 수가 없다. 누가 저렇게 하게 했는지 몰라도 그들의 뇌를 테스트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미셸 위는 “자세가 불편해 보인다는 사람이 많다”는 말에 생글생글 웃으며 “그런데 저는 정말 편해요”라고 되받았다. 1년 만에 참가한 국내 개최 LPGA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수확한 미셸 위는 “경기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