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진국 함정'에 다시 빠질 수도"…위기론 제기한 최병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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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경제자유 네트워크 亞 콘퍼런스'
경제민주화 바람이 기업 지속성장 위협
경제민주화 바람이 기업 지속성장 위협
“한국은 성공적으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치·사회적 갈등이 계속된다면 계속 중진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재계 싱크탱크’로 통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 원장(사진)이 한국 경제 위기론을 제기했다. 선진국으로 올라서야 할 상황에서 소득 재분배 요구 등 경제민주화 바람에 밀려 ‘영원한 중진국’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경제자유 네트워크(EFN) 아시아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EFN은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아시아 각국 민간 경제연구소와 학자들이 모여 여는 학술회의다.
이 회의에서 최 원장은 ‘한국은 어떻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는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사례를 다루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꼽았다.
그는 “개발도상국이 흔히 겪는 중진국 함정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한다”며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경제주체들이 부의 재분배를 과도하게 요구하며,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게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창기 경제성장을 통해 절대적 빈곤상태를 벗어나면 성장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더 많은 분배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지속성장보다 재분배를 추구해야 한다는 정치논리가 힘을 받는다는 얘기다.
최 원장은 “사회 전체가 재분배에 골몰하면 경제성장의 과실을 키우려는 노력보다 다른 사람의 과실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려는 요구만 팽배해진다”며 “이런 나라는 혁신 동력을 상실해 결과적으로 제로섬 게임의 경제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로는 아르헨티나, 페루, 인도네시아, 멕시코, 태국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도 과거 이 같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국민 1인당 소득 2만달러 경제로 진입했다”며 “그 배경에는 대외 지향성(global orientation)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1987년 민주화 시대를 맞아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책 우선순위를 분배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 자동차, 전자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점을 꼽았다.
최 원장은 그러나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1980~1990년대 중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사회 갈등을 해결할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최 원장은 “과거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는 이전보다 더 강한 재분배 요구와 이에 편승한 정치논리가 다시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골자로 하는 각종 경제민주화 규제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논리가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를 옥죄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면,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던 동력인 대외 지향성까지 없앨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 영원히 중진국에 머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재계 싱크탱크’로 통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 원장(사진)이 한국 경제 위기론을 제기했다. 선진국으로 올라서야 할 상황에서 소득 재분배 요구 등 경제민주화 바람에 밀려 ‘영원한 중진국’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경제자유 네트워크(EFN) 아시아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EFN은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아시아 각국 민간 경제연구소와 학자들이 모여 여는 학술회의다.
이 회의에서 최 원장은 ‘한국은 어떻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는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사례를 다루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꼽았다.
그는 “개발도상국이 흔히 겪는 중진국 함정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한다”며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경제주체들이 부의 재분배를 과도하게 요구하며,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게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창기 경제성장을 통해 절대적 빈곤상태를 벗어나면 성장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더 많은 분배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지속성장보다 재분배를 추구해야 한다는 정치논리가 힘을 받는다는 얘기다.
최 원장은 “사회 전체가 재분배에 골몰하면 경제성장의 과실을 키우려는 노력보다 다른 사람의 과실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려는 요구만 팽배해진다”며 “이런 나라는 혁신 동력을 상실해 결과적으로 제로섬 게임의 경제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로는 아르헨티나, 페루, 인도네시아, 멕시코, 태국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도 과거 이 같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국민 1인당 소득 2만달러 경제로 진입했다”며 “그 배경에는 대외 지향성(global orientation)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1987년 민주화 시대를 맞아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책 우선순위를 분배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 자동차, 전자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점을 꼽았다.
최 원장은 그러나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1980~1990년대 중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사회 갈등을 해결할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최 원장은 “과거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는 이전보다 더 강한 재분배 요구와 이에 편승한 정치논리가 다시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골자로 하는 각종 경제민주화 규제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논리가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를 옥죄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면,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던 동력인 대외 지향성까지 없앨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 영원히 중진국에 머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