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변경 신청과 관련, 조영곤 지검장과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충돌했다. 이들은 각각 ‘항명 사태’와 ‘수사 외압’을 주장하며 쟁점마다 부딪혔다. 이에 따라 채동욱 전 검찰 총장의 혼외자 의혹 및 사퇴로 흔들려온 검찰이 내홍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 사건 처리” vs “보고 흠결”

윤 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지난 17~18일 결재 없이 ‘트위터 선거 조작’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절차를 전결 처리해 직무 배제 조치됐다. 이날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윤 지청장이 국감장에 출석하면서 양측은 오전부터 대립을 예고했다.

윤 지청장은 국정원 사건 공소장 변경 경위를 묻는 질문에 “트위터 사건의 경우 사안이 중대하다고 생각해 수사 보고서와 향후 수사계획을 갖고 15일 밤 검사장 집을 직접 찾아가 보고했다”며 “(박형철) 부팀장이 승인받은 것을 포함해 총 네 차례의 재가를 받고 공소장을 변경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소장 변경 신청은 부장 검사 전결사항으로 서면 결재가 필요없다”며 “법상으로나 검찰 내부 규정상 전혀 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정식적인 보고 형태가 아니었다”며 “집에서 사적인 식사 후 다과를 하다가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길래 더 검토해 보자고 했다”고 반박했다.

잠시후 발언 기회를 다시 얻은 윤 지청장은 “검사장(조 지검장)께서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 해라. 순수성을 의심받는다’고 말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의) 외압이 있었다” “수사팀이 (법무부) 설득한다고 다른 일은 하나도 못했다”는 등 법무부 측과의 대립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검찰은 공정성이 생명인데 윤 지청장 보고에서 있었던 것은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아니다”며 윤 지청장의 업무 처리가 문제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선후배 검사인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은 논란이 격화되자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 지검장은 “윤석열 검사가 일에서나 일반 사생활에서나 절도있고 나름대로 실력있는 검사라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윤 지청장도 “지검장이 수사 훼방을 놓았던 것은 아니고 많이 도와주셨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도 격돌

이날 국감에서 보인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의 대립에 대해 법조계는 “단순히 개인적 대립을 넘어 검찰 조직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으로 번질 수 있는데다 채 전 총장의 중도낙마 이후 수뇌부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조직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감장에서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수사 처리를 두고 극렬하게 대립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울산 중구)은 “지금 윤 지청장이 하는 것은 항명이고 하극상”이라며 “진정으로 조직을 사랑한다면 이러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노철래 의원(충남 서천)도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해 상급자 지휘 감독에 따라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2013년판 검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지난 대선 당시 이제까지 밝혀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정도로 국정원의 불법개입이 있었단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공소장 변경 철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정소람/김재후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