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플 앱' 만들면 주소 공개하라고?
“주소에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라면 부담스러워서 앱 만들겠어요?”

앞으로 애플의 한국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등록하는 모든 개발자는 실명 전화번호 주소를 앱에 명시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개인 개발자가 한 말이다.

지난 21일 하루 종일 인터넷을 달군 ‘애플 앱스토어 사업자등록 의무화’ 소동의 불씨가 ‘개발자의 개인정보 공개’ 논란으로 옮아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애플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력을 받아 지난 19일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모든 개발자에게 사업자등록번호·통신판매업신고번호를 의무적으로 입력하도록 했다가 21일 취소했다. 공정위가 애플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공정위 의견을 받아들여 기업 개발자 대상으로는 취소 전과 마찬가지로 사업자등록번호·통신판매업신고번호를 넣도록 하고, 개인 개발자는 실명 전화번호 주소 등을 앱에 의무적으로 명시하게 하는 수정안을 조만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모든 개발자는 실명과 주소, 전화번호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이 같은 개인정보 공개를 지시한 이유는 통신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야 하는 전자상거래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할 때 이 정도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한 개인 개발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볍게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실명에 주소 전화번호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일종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개인정보 공개를 꺼리는 해외 개발자들은 한국 앱스토어 규정이 바뀌면 등록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발자는 “자유로운 창조경제 문화에도 역행하는 방침”이라고 비판했다.

규모가 커지는 앱 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외 앱 개발자들은 받지 않는 부담감을 국내 개발자들에게 지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창조경제는 ‘가벼워야’ 한다.

김보영 IT과학부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