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저 채광 로봇 ‘미내로’ 연구팀원들이 지난 8월 선상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심해저 채광 로봇 ‘미내로’ 연구팀원들이 지난 8월 선상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달 탐사 12명 갈 동안 심해엔 3명뿐"
“아폴로우주선을 타고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2명이 달 표면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럼 가장 깊은 바다라고 하는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깊이 1만911±40m)까지 내려간 사람은 몇 명일까요? 세 명입니다. 그것도 1960년과 2012년 두 차례뿐이죠.”

지난 18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만난 강정극 원장(사진)은 “우주에 비해 바다는 우리에게 아주 가깝고 친숙하지만 우리가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며 “기후 변화, 미래 식량, 광물 자원, 에너지 등의 문제는 모두 바다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설립돼 1990년 ‘한국해양연구소’로 독립했고, ‘한국해양연구원’을 거쳐 작년 7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강 원장은 “1960년대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3대 거대과학으로 우주, 원자력, 해양 개발을 꼽으면서 해양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졌다”며 “한국은 당시 바다를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와 협의해 5년 동안 매년 10명씩 연구원들을 프랑스 각 대학에 유학 보내면서 연구소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바다였던 해양과학기술원 앞이 시화호 매립으로 드넓은 육지로 변한 지난 40년 동안 기술원은 한국의 해양과학 연구를 이끌어 왔다. 1988년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세우면서 극지방 연구를 개척한 곳도 해양과학기술원이다. 강 원장은 “극지방은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중요성이 높은 곳”이라며 “내년에는 남극 대륙에 장보고기지도 세워져 남극 대륙에서 우주, 천문, 고층대기 분야 연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과학기지는 남극 대륙이 아닌 끄트머리에 붙은 섬에 있기 때문에 남극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북극에 세워진 다산기지 역시 북극 항로를 개척하고, 북극 바다의 수산업과 각종 자원을 개발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해저 광물 탐사와 채굴 기술 개발도 기술원이 하는 일이다. 이미 태평양과 인도양에 남한 면적의 1.12배에 이르는 망간단괴와 해저열수광상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그는 “망간단괴만 하더라도 200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다”며 “지금까지는 탐사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서 개발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어 곧 해저광물 개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망간단괴는 망간과 철 니켈 크롬 구리 아연 등이 다양하게 섞인 금속덩어리다. 해저열수광상은 뜨거운 마그마의 영향으로 각종 금속광물이 심해저 지하에 녹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는 “워낙 바다 깊은 곳에 있다 보니 이를 개발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기술원은 채굴과 수송 기술을 연구해 언제든 개발이 허가되면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양과학기술원은 40주년을 맞아 최근 2017년까지 신규 시장 8조원, 일자리 2만명 창출에 기여하는 산업화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도 현재 70%에서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