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2일 오전 8시59분

[마켓인사이트] 동양사태에 CP만기 확 줄었다
이달 들어 새로 발행된 기업어음(CP)의 평균 만기가 지난달의 절반 수준으로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발행된 CP의 평균 만기는 58일로, 지난달(101일)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2010년 5월 평균 49일을 기록한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짧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CP의 평균 만기는 올 2월 234일(약 7개월)까지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공모 방식의 CP에 대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기업들이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서둘러 발행했기 때문이다.

규제 시행 이후 발행된 CP의 평균 만기는 지난 7월 68일까지 짧아졌다가 지난달에는 101일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9월30일 이후 다시 급격히 줄기 시작해 2월의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CP 만기가 짧아진 것은 동양그룹 사태 이후 CP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 기간을 짧게 가져가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투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만기 1개월 미만의 단기 CP를 앞다퉈 발행하면서 전체 평균 만기도 짧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CP를 발행하면 장기 CP를 발행했을 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CP를 자주 차환(롤 오버)해야 한다는 점에선 장기 CP보다 부담이 커진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건설 등 위험 업종 기업들은 단기 CP 발행으로 차입금 상환 등 급한 불을 끄면서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