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입 경비 강화된 KT > 검찰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이석채 KT 회장 사건과 관련해 22일 KT 본사와 계열사를 잇따라 압수 수색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광화문 KT 사옥에는 출입 경비가 강화되는 등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연합뉴스
< 출입 경비 강화된 KT > 검찰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이석채 KT 회장 사건과 관련해 22일 KT 본사와 계열사를 잇따라 압수 수색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광화문 KT 사옥에는 출입 경비가 강화되는 등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연합뉴스
검찰이 22일 KT 본사와 계열사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자 KT 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석채 KT 회장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회장의 거취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수난을 겪은 KT로서는 검찰의 수사 칼날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긴장하고 있다.

◆검찰 왜 압수수색했나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2월과 이달 초 참여연대가 KT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 때문인 것으로 KT는 파악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KT가 2010년 지하철 5~8호선 역사와 전동차에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하고 광고권을 임대하는 ‘스마트애드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2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 회장이 OIC 랭귀지 비주얼(현 KT OIC), 사이버MBA 주식을 비싸게 인수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달 10일에는 이 회장이 2010~2012년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만 받아 회사와 투자자에게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재차 고발장을 냈다.

KT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인 만큼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검찰의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몰라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찰은 2월 고발 건에 대해서는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다가 2차 고발 12일 만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신속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배임 혐의를 규명할 정황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의 고발사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에 착수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스마트애드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전 담합 혐의로 KT 등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이석채 회장 거취는

검찰의 KT 압수수색은 그동안 교체설이 나돌았던 이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이 회장을 사실상 찍어내기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돼 정부가 보유한 KT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 하지만 명확한 주인이 없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며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회장도 1년 넘게 임기가 남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거취 논란에 시달렸다. 불과 한 달여 전에도 청와대가 이 회장에게 조기 사퇴를 종용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검찰이 이 회장을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거취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회장에 앞서 남중수 전 KT 사장도 2008년 재임 당시 납품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중도 낙마했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이 이번 주말 아프리카 르완다로 출장가는 사실을 확인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오는 28~31일 르완다 수도 키길리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ransform Africa Summit)’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양준영/전설리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