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늘만 참으면 된다"는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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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매년 되풀이되는 건데요, 뭐. 오늘 하루만 참으면 돼요.”
23일 국회 국정감사를 받은 공기업 직원 A씨가 한 말이다. 국감 대상인 중앙부처 산하 295개 공기업 공공기관 상당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국감 때마다 이런저런 자료와 함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지만, 하루만 참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에 대한 올해 국감에서의 지적사항은 작년이나 재작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방만 경영, 그로 인한 빚 증가, 그럼에도 직원들에겐 연봉을 올려주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직원들은 납품업체에 서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다.
이런 자료들이 공개되면 어김없이 기사화된다. 기사엔 공공기관에 대한 비판 댓글이 주르륵 달리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목소리를 높여 꾸짖고, 공공기관장은 진땀을 빼며 송구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뿐이다. 공공기관 직원인 B씨는 “국감 전에 의원실로부터 질의서가 오면 욕을 먹는다는 각오를 한다. 국감이 끝나고 나면 그뿐”이라고 했다. 국감장에서 야단맞고 비판 기사와 댓글이 달리지만, 1년에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국거래소의 차량관리 직원이 1억원이 넘는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국감 지적은 2006년과 2007년의 다른 금융공기업 국감에서도 나온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도마에 올랐지만, 다른 공기업에서도 매년 지적되는 단골메뉴다. 공기업들이 규정에 없는데도 직원들에게 순금을 주다 걸리는 장면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국내에서 빚이 가장 많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매년 부채를 줄이겠다고 국감장에서 다짐했지만, 부채는 최근 5년간 한 번도 줄지 않았다. 현재 147조8000억원까지 불었다. 그럼에도 직원들 자녀에게 학자금을 주고, 적정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퇴직금을 규정보다 더 지급하다가 걸렸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같은 지적을 해마다 반복하는 건 지적사항이 시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위 공직자 출신 낙하산 경영인들을 방패 삼아 버티는 공기업들을 다루기가 정말 힘들다”고 했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23일 국회 국정감사를 받은 공기업 직원 A씨가 한 말이다. 국감 대상인 중앙부처 산하 295개 공기업 공공기관 상당수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국감 때마다 이런저런 자료와 함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지만, 하루만 참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에 대한 올해 국감에서의 지적사항은 작년이나 재작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방만 경영, 그로 인한 빚 증가, 그럼에도 직원들에겐 연봉을 올려주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직원들은 납품업체에 서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다.
이런 자료들이 공개되면 어김없이 기사화된다. 기사엔 공공기관에 대한 비판 댓글이 주르륵 달리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목소리를 높여 꾸짖고, 공공기관장은 진땀을 빼며 송구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뿐이다. 공공기관 직원인 B씨는 “국감 전에 의원실로부터 질의서가 오면 욕을 먹는다는 각오를 한다. 국감이 끝나고 나면 그뿐”이라고 했다. 국감장에서 야단맞고 비판 기사와 댓글이 달리지만, 1년에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국거래소의 차량관리 직원이 1억원이 넘는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국감 지적은 2006년과 2007년의 다른 금융공기업 국감에서도 나온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도마에 올랐지만, 다른 공기업에서도 매년 지적되는 단골메뉴다. 공기업들이 규정에 없는데도 직원들에게 순금을 주다 걸리는 장면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국내에서 빚이 가장 많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매년 부채를 줄이겠다고 국감장에서 다짐했지만, 부채는 최근 5년간 한 번도 줄지 않았다. 현재 147조8000억원까지 불었다. 그럼에도 직원들 자녀에게 학자금을 주고, 적정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퇴직금을 규정보다 더 지급하다가 걸렸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같은 지적을 해마다 반복하는 건 지적사항이 시정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위 공직자 출신 낙하산 경영인들을 방패 삼아 버티는 공기업들을 다루기가 정말 힘들다”고 했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