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에 베팅한다…'사고' 친 기업 3개월이면 주가 회복
지난 7월7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로 2명이 죽고 182명이 부상당했다.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고 다음날인 7월8일, 이 회사 주가는 5.67% 급락했다. 보험 처리를 하더라도 사고로 인한 손실이 2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공시가 하락폭을 키웠다. 사고 발생 3개월여가 지난 지금,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이 회사의 23일 종가는 5100원으로 사고 직전인 7월5일 종가 5120원과 엇비슷하다.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주가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9월 이후 하나둘씩 돌아온 덕분이다.

○3개월 내 주가 제자리 찾아

망각에 베팅한다…'사고' 친 기업 3개월이면 주가 회복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사건·사고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대형 사건·사고로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주식을 매입해 몇 개월을 기다리면 사건이 서서히 잊혀지고, 주가도 제자리를 찾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사건ㆍ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망각(忘却)’에 베팅한 투자자들 대부분이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뒤 저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이날까지 12.58%의 이익을 얻었다.

지난 5월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 횡포를 부려 ‘갑을(甲乙)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 주가도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사건 직전인 5월3일 114만원에 달했던 이 회사 주가는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하락, 8월28일 79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인고의 세월은 길지 않았다. 9월 들어 회사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주가도 반등했다. 이날 88만5000원을 기록, 저점 대비 수익률은 11.04%다.

지난 13일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아모레퍼시픽 막말 사건’도 주가 측면에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사건 직전 90만7000원에서 지난 18일 86만1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에는 88만7000원을 회복했다.

○주가 회복 못한 사례도 있어

지난 9월 중국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사고가 오히려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됐다. 이 회사 주가는 화재 사건 뒤 이틀간 하락한 뒤 곧바로 반등, 최근까지 상승했다. 반도체 공급 감소 우려로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덕분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장기 매출과 영업이익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사건ㆍ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의 주가는 길어야 3개월 정도면 제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주가 패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관투자가 상당수는 사건ㆍ사고주를 개장 즉시 포트폴리오에서 빼버린다”며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날 것으로 판단되는 우량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을 때는 투자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사건 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대표이사의 부인이 여대생을 청부 살인한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영남제분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대표이사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현재 영남제분은 거래정지 상태이며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