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인지, 농성장인지…환자가 볼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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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 서울대병원 노조 총파업
조합원 200명·환자 등 로비에 뒤섞여 대혼란
진료 대기 1~2시간 늘어
노사 입장차 커 장기화 우려
조합원 200명·환자 등 로비에 뒤섞여 대혼란
진료 대기 1~2시간 늘어
노사 입장차 커 장기화 우려
“도대체 여기가 병원입니까, 농성장입니까. 병원 왔다가 병 걸려서 가겠어요.”
23일 오전 11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층에는 환자 보호자인 50대 남성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질서유지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다가가 설명하고 진정을 시켰지만 소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병원 로비에는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농성을 벌이는 조합원 200여명과 환자, 외래방문객, 취재진이 뒤섞여 시장통처럼 북적거렸다.
○진료 늦어져 환자 불편 가중
서울대병원 노조가 본원, 강남 건강검진센터, 보라매병원에서 이날 오전 5시 일제히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병원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부터 45차례에 걸쳐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이날 오전 3시 막판 실무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으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조합원 대부분이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현장 인력으로 구성돼 진료 대기시간이 1~2시간 이상 길어졌다. 엑스선 등 영상검사실과 채혈실 앞에는 이날 하루 종일 환자 10~15명이 대기하느라 줄을 섰다.
대기자와 환자 등은 “공공의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국립대 병원이 환자를 볼모로 파업을 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입원 환자 이모씨(67)는 “팔 골절 때문에 입원 중인데 너무 시끄러워서 (병실에서) 나왔다”며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원 환자 한은태 씨(55)는 “원래 병원 직원이 휠체어를 밀어줬는데 오늘은 혼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오가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환자 점심에는 1회용 식기와 수저가 제공됐다. 조리파트 직원들이 파업에 참가하면서 설거지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총무, 기획예산, 홍보파트 등 행정직 인력을 환자 이송, 배식 파트로 배치했다”며 “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하나
병원 경영 여건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병원 측은 지난해 127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6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지난달부터 임금 동결, 부서별 행정경비 10% 절감, 의사 선택진료비 30% 삭감 등을 핵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에 나섰다. 병원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환자 감소와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장비 수가 인하로 병원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며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병원 경영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비용으로 처리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이 400억~500억원 규모에 달해 사실상 적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임금 13.7%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의사 선택진료비(특진비) 수당 폐지 △노조에 관리자 교체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14일 열린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는 94%(투표율 90.3%)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김희중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의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대부분의 진료는 이뤄지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환자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홍선표 기자 rainbow@hankyung.com
23일 오전 11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층에는 환자 보호자인 50대 남성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질서유지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다가가 설명하고 진정을 시켰지만 소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병원 로비에는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농성을 벌이는 조합원 200여명과 환자, 외래방문객, 취재진이 뒤섞여 시장통처럼 북적거렸다.
○진료 늦어져 환자 불편 가중
서울대병원 노조가 본원, 강남 건강검진센터, 보라매병원에서 이날 오전 5시 일제히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병원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노사는 지난 6월부터 45차례에 걸쳐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이날 오전 3시 막판 실무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으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조합원 대부분이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현장 인력으로 구성돼 진료 대기시간이 1~2시간 이상 길어졌다. 엑스선 등 영상검사실과 채혈실 앞에는 이날 하루 종일 환자 10~15명이 대기하느라 줄을 섰다.
대기자와 환자 등은 “공공의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국립대 병원이 환자를 볼모로 파업을 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입원 환자 이모씨(67)는 “팔 골절 때문에 입원 중인데 너무 시끄러워서 (병실에서) 나왔다”며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원 환자 한은태 씨(55)는 “원래 병원 직원이 휠체어를 밀어줬는데 오늘은 혼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오가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환자 점심에는 1회용 식기와 수저가 제공됐다. 조리파트 직원들이 파업에 참가하면서 설거지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총무, 기획예산, 홍보파트 등 행정직 인력을 환자 이송, 배식 파트로 배치했다”며 “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하나
병원 경영 여건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파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병원 측은 지난해 127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6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지난달부터 임금 동결, 부서별 행정경비 10% 절감, 의사 선택진료비 30% 삭감 등을 핵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에 나섰다. 병원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환자 감소와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장비 수가 인하로 병원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며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병원 경영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비용으로 처리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이 400억~500억원 규모에 달해 사실상 적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임금 13.7%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의사 선택진료비(특진비) 수당 폐지 △노조에 관리자 교체권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14일 열린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는 94%(투표율 90.3%)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김희중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의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대부분의 진료는 이뤄지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환자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홍선표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