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 여성경제인협회장 "女기업인 장점은 섬세함…강인함 갖추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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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후원 '여성CEO경영연수' 개최
판로·보육·금융 '3대 장벽'…공공 구매제·보육센터 확대
여성 대출 불합리 없애야
판로·보육·금융 '3대 장벽'…공공 구매제·보육센터 확대
여성 대출 불합리 없애야
“여성기업인들을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는 판매와 자금조달, 육아 등 세 가지입니다.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고 경영 노하우도 부족하기 때문에 같은 선에 놓고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이민재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투기나 모험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거래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남성기업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기업 공공구매 활용해야”
이 회장은 지난 1월 제7대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협회(1977년 출범)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던 1999년 법정단체가 됐다. 회원사는 1800여곳으로 70%가량이 제조업이다. 이 회장은 여성경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에 모두 동행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여성경제인협회와 중소기업청은 25일과 26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전국 여성최고경영자(CEO) 경영연수’ 행사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옛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연다. 전국의 여성기업인 600여명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
이 회장은 행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장들을 만날 때마다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를 적극 알리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 이상, 공사 발주 때에는 3% 이상에 해당하는 일감을 반드시 여성기업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회장은 “제도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공공기관들조차 모르고 있다”며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인 여성기업인들에게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필요하면 여성들에게 창업을 시켜서라도 공공구매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 개척인데,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는 이런 어려움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물꼬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성기업도 강인함 보여줘야”
이 회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25년 전인 1988년이었다. 당시 44세의 전업주부였던 이 회장은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하자 수입업을 전문으로 하는 광림무역상사(현 엠슨)를 설립했다. 그는 “초기 자본이 거의 안 들어 수입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당시 대학생과 고등학생이어서 학비를 당장 벌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주변을 수소문해 특수종이, 펄프, 사료 등을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엠슨은 지난해 직원 20여명에 매출 300억여원을 올렸다.
이 회장은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나왔느냐고 주변에서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접대문화에서 남성기업인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대화와 교감 등 감성적인 면을 잘 챙겨 이겨냈다”며 “상대방을 공략하는 강인함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서 기업 활동을 잘하려면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거래처 임직원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자녀의 입학 등을 챙기는 것은 나의 노하우였다”고 덧붙였다.
○“경력단절 문제 정부가 도와야”
이 회장은 여성기업인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꼽았다. 여성의 특성상 모험을 잘 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여성기업인에게 불합리한 금융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인에게만 까다로운 신용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이들을 위한 금융제도 및 각종 공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기업인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 회장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사회에 재진출해 기업 활동을 재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런 부분은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육아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수유실과 창업보육센터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각 시·도에 있는 여성경제인협회 지원센터에 육아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이민재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는 투기나 모험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거래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남성기업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기업 공공구매 활용해야”
이 회장은 지난 1월 제7대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협회(1977년 출범)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던 1999년 법정단체가 됐다. 회원사는 1800여곳으로 70%가량이 제조업이다. 이 회장은 여성경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에 모두 동행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여성경제인협회와 중소기업청은 25일과 26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전국 여성최고경영자(CEO) 경영연수’ 행사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옛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연다. 전국의 여성기업인 600여명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
이 회장은 행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장들을 만날 때마다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를 적극 알리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 이상, 공사 발주 때에는 3% 이상에 해당하는 일감을 반드시 여성기업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회장은 “제도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공공기관들조차 모르고 있다”며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인 여성기업인들에게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필요하면 여성들에게 창업을 시켜서라도 공공구매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판로 개척인데,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는 이런 어려움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물꼬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성기업도 강인함 보여줘야”
이 회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25년 전인 1988년이었다. 당시 44세의 전업주부였던 이 회장은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명예퇴직을 하자 수입업을 전문으로 하는 광림무역상사(현 엠슨)를 설립했다. 그는 “초기 자본이 거의 안 들어 수입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당시 대학생과 고등학생이어서 학비를 당장 벌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주변을 수소문해 특수종이, 펄프, 사료 등을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엠슨은 지난해 직원 20여명에 매출 300억여원을 올렸다.
이 회장은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돈 몇 푼 벌어보겠다고 나왔느냐고 주변에서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접대문화에서 남성기업인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대화와 교감 등 감성적인 면을 잘 챙겨 이겨냈다”며 “상대방을 공략하는 강인함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서 기업 활동을 잘하려면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거래처 임직원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자녀의 입학 등을 챙기는 것은 나의 노하우였다”고 덧붙였다.
○“경력단절 문제 정부가 도와야”
이 회장은 여성기업인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꼽았다. 여성의 특성상 모험을 잘 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여성기업인에게 불합리한 금융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여성기업인에게만 까다로운 신용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이들을 위한 금융제도 및 각종 공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기업인의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 회장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사회에 재진출해 기업 활동을 재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런 부분은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육아와 창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수유실과 창업보육센터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각 시·도에 있는 여성경제인협회 지원센터에 육아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