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건설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건설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용산개발사업, 청라국제업무타운, 광교에콘힐 등 초대형 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민간 건설공사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건설사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국내 민간 건설수주 ‘최악’

23일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주최한 ‘2014년 건설시장 환경변화와 대응 발표회’에서 강현 GS건설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수주액은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축소와 내수경기 회복 부진 등으로 91조7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수주액은 올해 90조4000억원(예상치)에 이어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10년 동안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는 건설경기가 활황을 누렸던 2007년 127조9000억원에 비해서는 3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건설시장 규모가 작아진 것은 민간부문 건설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는 올 하반기엔 예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민간건설 시장이 저조해 시장 규모를 끌어내렸다.

지난 8월까지 민간 수주물량은 전년도에 비해 3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공공부문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공사 규모의 확대는 제한적이다.

담합혐의로 인한 건설사들의 공공공사 입찰제한도 건설업계 기반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건설경영전략 수립의 주요 쟁점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정부가 4대강 건설사업 등 각종 국책사업 입찰담합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50개 대형 건설사에 공공건설입찰 참여제한 처벌을 내렸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에다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은 성장과 퇴출의 갈림길”

내년 국내 실물경기는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자금, 규제, 경쟁 여건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 실장은 “건설업계 입장에서 내년은 성장과 발전, 위축과 퇴출 등을 좌우하는 갈림길이 되는 시기”라며 “건설사는 내년에 SOC 신수요 선점과 해외건설 공격적 확대, 단기 비상 수주체계 확립, 신용등급 관리 등 생존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건설시장 확대는 그나마 건설사들의 위안거리다. 해외건설 수주는 올해 650억달러에서 내년에 7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건설업 해외매출은 지난해 413억9000달러로 스페인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한 가운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건설사에 가장 큰 시장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꾸준한 건설 예산 및 발주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점도 시장 규모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