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유럽 해답'은…"품질 높여 시장회복 대비"

나흘간 4개국 강행군
생산성 제고·제품 다양화…브랜드 혁신 '질적 도약' 강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현대차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함께 신차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품질 고급화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품질 고급화로 유럽 자동차 시장 회복에 대비하라.”

유럽을 방문 중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품질 고급화를 주문했다. 품질 혁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유럽 시장에서 질적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유럽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해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미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유럽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선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이제는 질적인 도약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생산라인 직원들을 격려하며 “개발 과정은 물론 생산 현장에서도 완벽한 품질을 구현해 브랜드 혁신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고객들이 원하는 때에 적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유럽인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고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날 영하 5도의 추위에도 아침 6시55분부터 도보로 1시간 동안 이동하며 프레스, 차체, 의장라인을 차례로 둘러봤다. 이어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과 현대차 체코공장으로 이동, 현장을 점검한 후 이리 시엔시엘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정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총괄판매법인과 기술연구소를 찾아 판매전략을 점검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나흘간 4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이다.

정 회장이 작년 3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다시 유럽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현지 시장이 올해를 최저점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시장 자동차 수요는 작년보다 3.8% 줄어든 1353만대로 6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2.5% 늘어난 1387만대를 기록하는 등 점차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지역에서 직영체제를 구축하고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강화한 덕분에 유럽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판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판매는 총 1252만7912대로 2011년보다 7.8%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76만9706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유럽 전체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 줄었지만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0.7% 감소하는 데 그치며 선방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2010년 4.5%에서 지난해 6.1%로 올라섰고, 올해(1~9월)는 6.3%를 기록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