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항의 면세점 운영권 입찰에서 대기업을 배제하자 결국 외국계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김해국제공항 DF2(주류·담배) 면세점 사업자로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가 선정된 것이다. 이 회사는 스위스 듀프리가 한국에 세운 회사로 알려졌다. 듀프리는 지난해 매출이 40억달러로 세계 2위 면세점 기업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위장한 외국계 기업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게 어디 듀프리 탓인가. 처음부터 잘못된 규제를 강행했던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정부가 중소·중견 면세점 육성정책을 들고 나왔을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사는 입찰할 수 없게 막았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만 배제하면 다 될 줄 알았던 모양이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입찰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해 사업자 선정이 세 차례나 유찰됐다. 바로 그 틈을 노려 듀프리가 사업권을 따냈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을 2018년까지 15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면세점 매장 수 비율을 60% 미만으로 한다는 관세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입법예고했다. 면세점 시장을 아예 외국계 기업에 갖다 바치기로 작정한 것이다.

중소기업을 위한답시고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공공입찰의 결말이 모두 그렇다. 당장 정부세종청사 내 구내식당 위탁운영자도 미국에 본사를 둔 아라코가 선정됐다. 공공 시스템통합(SI) 시장도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자마자 한국IBM 등 외국계 기업이 무혈 입성하고 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광고시장 등 민간의 일감이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더니 이제는 공공입찰과 조달시장마저 이들에게 다 잠식당하고 있다. 그동안 본란을 통해 대기업 규제가 중소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외국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했던 우려와 경고가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얼빠진 규제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