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맥쿼리 철수…보험사 11곳으로 주주 교체

민간자본으로 건설돼 요금 갈등을 빚은 서울 지하철9호선에서 기존 대주주였던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 등이 철수하고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보험사가 새로 참여한다.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 준다는 지적을 받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폐지되고, 운임결정권도 서울시가 갖게 된다.

▶본지 7월17일자 A1 참조
▶본지 7월17일자 A5 참조

서울시는 주주와 사업 조건을 바꾸는 내용 등을 담은 실시협약을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과 체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현대로템 등 건설출자자 7곳과 맥쿼리인프라, 중소기업 등 2개 재무투자자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현대로템과 맥쿼리인프라는 지하철 9호선의 지분을 각각 25%, 24.53% 보유한 1, 2대 주주였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 매각 대금은 7464억원이다. 당초 2005년 맺은 실시협약에서 정한 ‘비(非)정치적 불가항력 사유’에 의한 해지 시의 지급금(7532억원)보다 적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새 주주로 교보생명(24.74%), 한화생명(23.96%), 신한생명(10.82%) 등 11곳이 참여했다. 한화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자산운용사로 선정돼 신규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한다.

지하철 요금 결정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되면서 운임결정권은 서울시로 넘어왔다. 종전에는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해 서울시에 신고하면 됐지만 새로운 실시협약에서는 운임 결정과 부과, 징수에 대해 서울시 승인을 받도록 했다.

앞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은 지난해 4월 요금 500원을 기습 인상하려다 서울시가 인상안을 반려하자 소송을 낸 바 있다. 지난 5월 1심에선 서울시가 승소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요금 결정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요금 관련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협약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실제 운영수입과 관계없이 실시협약에서 정한 예상 운임수입부족분을 지원하는 MRG를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전환했다. 시는 9호선이 개통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838억원을 지급했다. SCS는 실제 수입 대비 운영비 부족분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은 현재 13%대(세후 수익률 8.9%)에서 4.86%로 조정돼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요인을 낮췄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민자사업에 대해 높게 책정한 수익률을 낮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시민펀드를 조성해 9호선에 투자할 예정이다. 만기 4·5·6·7년짜리를 각각 250억원 규모로 발행하며, 1인당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실시협약 변경으로 앞으로 26년간 민간사업자에 지급해야 했던 재정보조금을 5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줄여 최대 3조1929억원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정 난제 중 하나인 9호선 문제가 해결되고 정상화됐다”며 “이번 9호선 모델을 향후 민자사업의 기준으로 삼아 시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