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CT업계의 '혁신 노이로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sljun@hankyung.com
“혁신만 너무 좋아한다. 혁신이란 말을 없애는 혁신을 했으면 좋겠다.”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임원의 넋두리다. 한국 기업들이 ‘혁신 노이로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지나치게 혁신만 강조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신제품과 새로운 브랜드를 내놔도 독창성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 가차없는 비판이 쏟아진다. 혁신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정책과제로 내세운 뒤 더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가 ‘혁신 노이로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갤럭시기어에 대해 “나무를 한곳에 모아 놓는다고 해서 통나무집이 되지는 않는다”고 혹평했다. 수많은 기능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런 ‘훈수’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갤럭시기어 국내 판매 개시 행사에서다.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실장(사장), 이영희 마케팅팀장(부사장) 등은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일제히 손목에 찬 갤럭시기어를 들어 보였다. 이 사장은 “(판매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내놓아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많이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한 번 차보면 너무 편해 벗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도 “뉴욕과 런던 등에서 열린 각종 세계 행사에 참석해 2000여명에게 실제로 보여줬는데, 정말 훌륭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경쟁사인 애플이 내놓기 전에 제품을 먼저 선보이려고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통신회사 임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언제든지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혁신적인 신사업 발굴을 주문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ICT업계 임원은 “작은 개선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고, 혁신이 작은 개선에서 출발하기도 한다”며 “혁신에만 열광하고 개선은 무시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sljun@hankyung.com
심혈을 기울여 신제품과 새로운 브랜드를 내놔도 독창성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 가차없는 비판이 쏟아진다. 혁신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정책과제로 내세운 뒤 더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가 ‘혁신 노이로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갤럭시기어에 대해 “나무를 한곳에 모아 놓는다고 해서 통나무집이 되지는 않는다”고 혹평했다. 수많은 기능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런 ‘훈수’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갤럭시기어 국내 판매 개시 행사에서다.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실장(사장), 이영희 마케팅팀장(부사장) 등은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일제히 손목에 찬 갤럭시기어를 들어 보였다. 이 사장은 “(판매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내놓아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많이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한 번 차보면 너무 편해 벗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도 “뉴욕과 런던 등에서 열린 각종 세계 행사에 참석해 2000여명에게 실제로 보여줬는데, 정말 훌륭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경쟁사인 애플이 내놓기 전에 제품을 먼저 선보이려고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통신회사 임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국내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언제든지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혁신적인 신사업 발굴을 주문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ICT업계 임원은 “작은 개선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고, 혁신이 작은 개선에서 출발하기도 한다”며 “혁신에만 열광하고 개선은 무시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