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전교조와 조전혁 前의원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 교원노조법을 따르도록 명령했지만 전교조는 시정명령을 거부하고 법외노조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법외노조에 허용되지 않는 전임자들의 소속학교 복귀는 거부하고 고용부의 조치를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할 것이라고 한다. 현행 교원노조법에 위헌 소지가 있고 국제관행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사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된 당시부터 교원노조법을 거스르며 해직교사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해왔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이를 시정하도록 명령했지만 전교조는 이에 불응하고 고용부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고용부의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대법원도 2012년 1월 전교조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시정명령이 정당함을 최종 판시했다. 그런데 고용부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시정조치를 요구하자 전교조는 대법원의 판결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사법부의 최종판결까지 거부하는 전교조의 태도를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조전혁 전 국회의원이다. 전교조 가입교원의 명단을 공개했다가 법원의 공개중지 명령에 불복한 죄로 전 국회의원 조전혁 교수는 과거 의원 시절의 세비는 물론 지금도 교수 월급을 차압당하고 있다. 최근 전교조 교사들이 집단으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해 고소자 4000여명에게 4억5000만원을 추가 배상해야 한다.

조 교수가 지고 있는 부담은 대학교원 신분으로는 평생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혹독한 규모다. 그런데 이렇게 큰 부담을 지운 4000여명도 교직자다. 참교육을 위한 전교조 가입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조합원들에게 그렇게 큰 피해인지 제3자로서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죄를 물어 역시 교원인 한 인간에게 이처럼 가혹한 부담을 강요하는 이들이 역시 선생님들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돈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는데 그 장학금의 명분을 어떻게 정할지 궁금하다.

그런데 자신들이 조합원임을 공개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결에 의존해 혹독하게 응징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불리하면 대법원의 최종판결까지도 승복하지 않는다. 결국 사법부만 딱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조 전 의원은 사법부를 깡그리 무시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한 셈인데 법원이 그 죄를 준엄하게 물은 꼴이 되고 말았다.

참교육을 내걸고 출발한 전교조의 조합원 신분이라면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다만 현 질서 속에서 참교육이 어렵기 때문에 변칙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비밀을 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전교조 교사로부터 교육받는 데 대해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법원은 현 질서에 저항할 목적으로 비밀을 원하는 단체의 권리가 학부모들의 알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얼마든지 달리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조 전 의원이 공공연히 사법부의 판결에 불복하고 나선 것은 옳지 않다. 법원의 벌금조치도 명단 공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권능을 빌려 한 개인의 민생을 파탄으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공공연히 거부하는 현실을 보는 마음은 정말 편치 않다. 판결을 어기면서 소속학교로 복귀하지 않는 노조 전임자들에게 법원이 조 전 의원처럼 하루 3000만원씩 벌금을 부과한다면 어찌될지 궁금하다. 이들이 이 땅의 교원이라는 사실이 정말 걱정스럽다. 전교조의 참교육은 어린 학생들에게 법치를 어떻게 가르칠까.

물론 서로 대립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지면 피차 지나치게 엇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참교육의 첫걸음은 어린 학생들의 순진무구한 눈길을 가장 두렵게 보는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 전교조가 추구하는 참교육과 이 땅의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전교조는 법체계를 무시하는 투쟁을 거두어주기 바란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 shoonlee@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