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 2교대 현대차, 생산성 향상 '가속페달'
하루 총 근로시간 20시간→17시간, 시간당 생산대수(울산·아산공장) 402대→432대, 휴일특근 생산량 하루 4700여대→6800여대.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주간연속2교대를 도입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이 방식은 말 그대로 심야근로를 없애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현대차 46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2003년부터 10년간의 논의 끝에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한 지 8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을, 회사 측은 생산성 향상을 얻어내 노사 모두 ‘윈-윈’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과거 주야2교대제일 때는 근로자들이 주·야간조로 나눠 각각 10시간씩(잔업 각 2시간 포함) 일했다.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밤샘 근무를 했다.

하지만 현재는 1조가 오전 6시50분부터 8시간 일하고, 2조가 오후 3시30분부터 새벽 1시30분까지(8시간+잔업1시간) 작업한다. 2개조가 일하는 시간은 총 17시간으로 종전보다 3시간 줄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230시간이 감소했다.

현대차 노사는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근로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줄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생산 속도를 높여 생산량을 맞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아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402대에서 432대로 30대(7.5%) 늘었다. 기아차 소하리·화성·광주공장은 308.3대에서 338.3대로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 속도를 높여 현대차는 연간 18만5000대, 기아차는 17만9000대를 추가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한동안 주말(휴일)특근을 거부,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정상화되면서 종전보다 생산성도 높아졌다. 노조는 평일엔 주간연속2교대로 일하고 주말특근 때는 이전처럼 밤샘근무를 하자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말 심야근무 수당은 평일 낮에 비해 3.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노조가 특근거부를 철회하고 특근 때도 평일처럼 주간2교대를 실시한다. 과거 1개조가 14시간 일하던 것에서 2개조가 17시간 일하는 방식으로 바뀐 데다 UPH도 높아져 하루 생산량이 4700여대에서 6800여대로 2100여대(44.7%)나 늘었다.

노조도 만족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이날 주간연속2교대 추진 과정 10년의 역사를 담은 4권의 자료집(2800쪽)을 발간했다. 문용문 지부장은 발간사에서 “주간연속2교대 시행이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출발선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저하 우려 때문에 누구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현재 조합원 76%가 만족도를 나타낼 정도로 정착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생산성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해외공장을 쫓아가려면 아직 멀었다. 이 회사 국내 공장에서 완성차를 1대 조립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HPV·2012년 기준)은 평균 30.5시간이다. 미국(15.4시간) 중국(18.8시간) 체코(16.2시간) 인도(19.8시간) 러시아(18시간)에 있는 현대차 공장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한편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르노삼성이 2006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주간연속2교대제(오전 7시~다음날 새벽 3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주간 1교대로만 근무했기 때문에 밤샘근무를 없앤 현대차와는 사정이 다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