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전통음악 5인조 그룹 ‘앙상블 시나위’. 김진혁(왼쪽부터) 하세라 이봉근 정송희 신현식.
내달 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전통음악 5인조 그룹 ‘앙상블 시나위’. 김진혁(왼쪽부터) 하세라 이봉근 정송희 신현식.
5인조 전통음악 그룹 ‘앙상블 시나위’는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20분간 공연을 펼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국빈 방문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아쟁, 가야금, 장구, 피아노, 판소리가 더해진 공연이 끝나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은 22일 두 번째로 국빈 방문한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도 무대에 올랐다.

‘앙상블 시나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들이 모여 2007년 만든 팀이다. 전통 장단을 기반으로 산조, 무속장단, 가곡, 판소리 등 다양한 작업을 하지만 사실 그들의 음악을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연극, 무용, 클래식, 재즈, 미술 등 예술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통음악의 경계를 계속 허물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출가 박근형, 무용가 이원국, 정영두, 재즈 뮤지션 강태환이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 ‘앙상블 시나위’를 만났다. 아쟁을 연주하는 신현식을 비롯해 정송희(피아노), 하세라(가야금), 김진혁(타악), 이봉근(소리)이 그 멤버.

이들은 다음달 7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또 한 번의 실험을 펼친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영혼을 위한 카덴자Ⅱ’를 무대에 올린다. ‘동해안 별신굿’ ‘부용산’ 등 여섯 작품을 관현악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신씨는 “잊혀진 우리 소리와 이야기를 찾고 지금 이 시대 정서에 맞게 조미료를 뿌리고 때론 우려내 우리 사회에 안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2006년 말 의기투합하게 된 건 음악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전통음악을 왜 하는지’ ‘앞으로 계속 공연을 해야 하는데 뭔가를 쌓지 않고 음악으로 풀어낸다는 게 가능할지’ 고민했다. 외국곡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기계적인 퓨전’에 위기를 느꼈고, 완창 판소리 등을 고집하는 전통음악에 모두 지쳤을 때였다.

신씨가 주축이 돼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김씨는 “중모리장단이 왜 9박자인지 같은 본질적인 고민부터 해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앙상블 시나위’가 됐다. 매년 1~2월에는 함께 합숙하면서 7년째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정씨는 “시나위는 즉흥 음악이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판에서 연주하는 장르”라며 “다른 장르와 잘 융합할 수 있으면서도 전통을 말해줄 수 있는 시나위라 이름 짓고 지금 이 시대의 시나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 시대는 모든 게 빠르고 말초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뭐든지 금방 잊어버리죠. 메말라 있는 현대인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그리움과 사랑 같은 것 말이죠.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