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못한 절규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쓴소리가 그렇다. 이 회장은 엊그제 경총포럼에서 국정감사에 대한 재계의 시각을 가감없이 토로하는 가운데 이번 국감을 ‘역대 최악의 기업 감사’로 규정했다. 가뜩이나 촌각을 다투는 민간 기업인들을 증인, 참고인으로 대거 불러세운 것에 대한 경총 차원의 문제 제기이기도 했다.

올해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이 무려 196명으로 지난해보다 32명이나 늘어난 것부터가 그랬다. 게다가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는 의원들의 일방적인 언어공세에 휘둘리는 딱한 모습이 국회 국감장 곳곳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바른 소리를 하는 이희범 회장도 끝내는 국회에 불려가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의 지적에 틀린 대목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엉뚱한 회사를 착각해 잘못 부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에 항의라도 하면 “그러면 증언대에 제대로 세워드릴까”라며 협박한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증인으로 불려간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노사가 알아서 할 테니 이제 제발 불러내지 말라”라고 말한 것이 대서특필돼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국정감사장이 인민재판장일 수는 없다. 자신의 상사를 증인 명단에서 빼는 일이 기업실무자들에게 가장 화급한 업무가 되는 이 우스꽝스런 국감병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증인들의 로비를 받은 국회 중진들은 은근슬쩍 돌아가도 좋다며 시혜 베풀 듯 하니 참 희한한 코미디다. 국감이 기업인 혼내고 후원 장사를 하는 것이라는 냉소까지 시중에 나돈다는 것도 의원들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