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환자가 줄에 의지해 근기능 강화 운동을 하는 슬링 치료를 받고있다. 힘찬병원 제공
허리디스크 환자가 줄에 의지해 근기능 강화 운동을 하는 슬링 치료를 받고있다. 힘찬병원 제공

중소기업 마케팅부서에 근무하는 김상수 차장(45·서울 강서구)은 얼마전 강원도에 있는 산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가 허리 통증이 생겨 고생했다. 평소 운동을 거의 안하다가 산을 올랐는데, 무리를 했는지 하산 후에 조금만 허리를 숙여도 통증이 파고들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받아보니 척추 디스크가 비어져 나온 허리디스크였다. 김 차장은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의료진은 비수술적 요법으로 김 차장을 치료했고, 그는 시술 당일 퇴원했다.

단풍구경 갔다 허리 '삐끗' 김차장…수술 않고 당일 퇴원한 비결

○환자의 치료 선택폭 넓어져

“꼭 수술을 해야 하나요?” 허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공통적인 질문이다. 수술과 마취에 대한 두려움, 힘든 회복 과정, 그리고 수술 후에도 남을 수 있는 후유증 때문이다.

요통(허리통증)이 있다고 무조건 수술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90% 이상의 요통 환자가 약물을 통한 안정요법과 운동 또는 비수술요법으로 건강하게 재활에 성공한다. 비수술요법은 환자의 수술 부담을 크게 줄인다. 마비 또는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 있는 상태가 아니면 대부분의 요통 환자는 4~6주간 비수술 치료로 나을 수 있다.

김헌 은평힘찬병원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하지 마비나 척추의 구조적 문제가 있을 때는 수술이 원칙이지만 환자가 요통을 호소할 때 비수술요법 적용 대상인지를 엄밀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빠른 통증 완화, 주사치료

갑작스럽게 요통이 생겼을 때 일정기간 안정을 취하면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반대로 악화되기도 한다. 비어져 나온 디스크(추간판 탈출)로 인해 염증이 생기고 주위 조직이 부어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주사로 약물을 주입해 치료한다.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 가닥을 찾아 주사로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근차단술’이 대표적인 주사요법이다. 신경 통로를 차단하고, 부기를 가라앉혀 눌린 부위의 압력을 줄여준다.

인대강화 주사(프롤로요법)도 있다. 척추 부위의 손상된 인대와 힘줄에 삼투압이 높은 물질을 주사해 인대를 증식·강화한다. 주사치료의 장점은 다리쪽으로 뻗는 방사통 증상을 즉시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허리근육 강화 무중력감압·휴버치료

급성 요통이나 초기 디스크 치료에는 무중력감압 치료가 효과적이다. 이름 그대로 무중력을 활용한 치료법이다. 디스크에 가해지는 중력의 힘을 첨단장비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줄여주는 방법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척추관절 사이의 공간을 넓혀 튀어나온 디스크가 정상 위치로 돌아가도록 한다.

김 과장은 “요통은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중력감압치료는 평소 체력이 약하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이 기구를 이용해 무리 없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시술을 할 때 소요되는 시간은 40분. 단 디스크가 많이 비어져 나온 중증이거나 척추관협착증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전문의들은 요통치료에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척추관절을 붙들고 있는 허리근육을 튼튼히 하지 않고는 통증 개선·재발 방지 등 근본 치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약한 근육을 찾아내 정확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휴버(HUBER)라는 운동 장비다. 환자가 휴버의 발판에 올라가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취약한 근육이 강화되는 원리다. 발판이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며 척추관절의 유연성과 근육의 영양상태까지 고르게 강화시킨다.

최근에는 슬링 운동치료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줄에 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의지해 환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다. 근기능이 떨어진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비수술요법 병행하면 효과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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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감압치료와 주사요법·운동요법 등 비수술요법을 병행하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힘찬병원이 최근 1년 동안 허리디스크 환자 570명을 대상으로 이 시술법을 적용한 결과 6개월 뒤 만족도가 87%로 단독치료(무중력감압술 72%, 신경근차단술 66%, 운동요법 47%) 때보다 월등히 높았다.

먼저 무중력감압 치료로 디스크를 정상 위치로 되돌려준 뒤 신경근차단 주사를 이용해 신경 염증을 치료하고 부기를 가라앉힌다. 여기에 휴버 운동치료를 병행해 척추 주변의 약해진 근육을 강화시키는 순서로 진행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치료를 한다.

비수술 치료는 특히 급성기 요통 환자에게 좋다. 요통을 겪는 사람의 80~90%는 특별한 외상 없이 갑자기 요통이 찾아온다. 증상은 허리나 둔부, 대퇴부 등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운동이나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를 유지한 경우, 노화로 인한 퇴행, 임신이나 스트레스 등 원인도 많다. 이런 증상은 일시적이고 경미하기 때문에 비수술요법을 적용해 초기에 치료하면 수술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다.


도움말 = 김헌 은평힘찬병원 과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