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3분기 순이익 2조원대 회복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국내 은행들의 3분기 순이익이 2조10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 이는 2분기 이익 1조원의 두 배를 웃돌고, 2012년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최대 규모다.

증시 강세로 유가증권 평가이익 등의 ‘비이자이익’이 늘고, 대손충당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게 ‘깜짝 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핵심영업에서 얻는 이자이익은 여전히 부진해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분기 이익 6분기 만에 최대

27일 은행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18개 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2조1000억원대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대손준비금을 포함한 실질이익으로, 공시되는 실적과는 차이가 난다.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은 예전 한국회계기준(K-GAAP)의 대손충당금을 ‘확정 부실’ 성격의 대손충당금과 부실이 추정되지만 미실현된 예상손실인 대손준비금으로 나눠 기재한다. 이 중 대손충당금만 회계장부에 손익으로 잡힌다.

분기 이익 2조1000억원은 2분기(1조원)에 비해 110%가량 급증한 것이다. 또 전년 동기(2조원)에 비해서도 6% 정도 많은 규모로, 작년 1분기 3조3000억원 이후 6분기 만에 최대다.

은행별 3분기 순이익은 △우리 1000억원 △신한 4000억원 △산업 4000억원 △기업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농협은행은 2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이익 규모는 미미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3382억원, 2481억원의 3분기 이익(대손준비금 미반영)을 이미 발표했다.

3분기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누적 실적은 작년에 크게 못 미친다.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5000억원보다 36% 감소했다.

◆“반짝 회복…4분기엔 다시 부진”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순이자마진(NIM)이 낮아지고,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에 시달리는 은행권에 실적 회복은 반가운 소식이다. 가파른 이익 감소세가 일단 멈춰 한숨을 돌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늘어난 이익의 원천을 좇아가보면 영업이 잘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 수익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인 3분기 이자이익은 8조6000억~8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8조7000억원과 차이가 없다. 3분기 말 부실채권 비율도 1.80%로 2분기 말의 1.73%보다 높아졌다.

반면 수수료나 보유 주식 평가손익과 같은 비이자이익이 수익개선을 이끌었다. 비이자이익은 1조4000억~1조5000억원으로 2분기(5000억원)의 3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강세로 은행권의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2분기보다 8000억원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3분기 대손충당금이 2조원으로 줄어든 것도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2분기에는 STX조선해양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충당금이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회복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새 수익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어 4분기 실적은 재차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