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사회의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치열한 대입 및 취업경쟁은 압축성장의 후유증이라며 경쟁 압력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급속 감압(the great decompression)’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높은 소득과 직업 안정이 보장되는 공무원과 전문직, 대기업에만 몰려들면서 사회적 압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정규직 과보호를 없애고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출을 유도하는 방식 등을 통해 사회적 압력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극히 옳은 지적이다. 좋은 일자리는 바늘구멍이지만 일단 한 번 들어가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을 따는 순간 거의 평생이 보장된다. 대학 합격과 동시에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도 그래서다. 철밥통이라 불리는 정규직 과잉보호가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리고 대기업 과잉규제가 일자리 창출을 막아온 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지적은 물론 해법까지도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경직된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노동계 눈치만 살핀 결과 노동시장 유연성은 고사하고 귀족노조 황제노조를 탄생시킨 게 바로 정부요 정치권이었다. 통상임금이나 정년연장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대기업 규제도 마찬가지다. ‘문어발’ ‘싹쓸이’라는 자극적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손발은 묶이고 사업 철수가 사실상 강요돼 왔다. 동반성장이나 경제민주화 구호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더 심해졌다. 대형마트 규제와 중기적합업종이 모두 그렇다. 대기업의 참여 확대가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협력 중소기업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제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한국인의 지력이 의심되는 정도다.

한국 사회의 압력을 줄이는 방법은 먼 데 있지 않다. 모두가 아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해법을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알면서도 안 하고 있는 이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