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저축률의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각종 소비 지출을 제외해 산출되는 순저축률은 지난해 3.4%에 그쳤다. 전년(3.1%)보다는 소폭 높아졌지만, 금융위기가 정점이던 2009년(4.1%)보다도 한참 낮다. 국제적으로도 최하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한 지난해 한국 저축률은 3.8%로 한은 통계치보다 높지만, 23개국의 평균 저축률(5.1%)에 못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근면국가인 독일(10.3%)은 물론 대표적 소비국가인 미국(3.9%)에도 뒤진다. 한국은 ‘저축하지 않는 국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저축률이 낮아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득이 늘면 소비성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소득이 1만달러도 안되는 때와 3만달러에 육박하는 때의 저축률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적 지출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가계 저축률이 1988년 24.7%로 정점을 기록한 후 계속 떨어지는 데에는 국민연금 도입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더욱이 저성장에 저금리다. 실질금리가 연 3%도 안되는 상황에서는 예금·적금으로 재산을 불리기 어렵다. 경제가 확 살아나 두 자릿수 성장으로 가거나 금리가 치솟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한 푼 두 푼 절약해 저축하기보다 주식 부동산 등으로 한몫 잡으려는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구조가 돼버렸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 문제를 국가와 사회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나라가 개인 빚을 탕감해주고, 국민연금에다 기초연금까지 최대한 얹어 노후를 책임지라는 요구만 늘어난다. 젊은 층들은 일단 쓰고 보자며 미래를 위해 저축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서 한 푼 두 푼 모으는 것은 바보요, 인생 허비로밖에 보지 않는 현세주의가 팽배하다. 개인의 삶을 국가나 사회가 책임질 수는 없다. 자신이 할 일을 국가와 사회에 돌리는 것은 정신과 삶을 파괴할 뿐이다. 근검절약과 저축을 비웃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