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전셋값…겉도는 세입자 금융대책
전셋값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주 61주째 올라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하우스·렌트푸어 금융지원책 이용자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입자들의 상황을 무시한 탁상행정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행진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4% 올라 6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9년 1월30일부터 2010년 3월19일까지의 60주 연속 아파트 전세가 상승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84% 올랐다. 특히 송파구(9.61%) 서초구(9.52%) 강서구(9.39%) 강남구(8.93%) 광진구(8.56%) 양천구(8.07%) 등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전세수요의 매수세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탓에 반전세(전세+월세) 물량은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완전 전세주택’은 줄어들면서 수급불균형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수요자들의 전세선호 현상도 가시지 않고 있어서 전셋값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택 매수를 검토하는 사람들도 아직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이들이 매수세에 가담해야 하는데 당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매가격은 보합세에 접어들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을이사철도 끝났고, 급매는 다 팔렸는데 추격 매수는 불안하니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수요자 외면

전세난이 심각해지는 데도 정부가 준비한 ‘목돈 안드는 전세I·Ⅱ’ 등 금융 지원책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6개 시중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목돈전세Ⅰ’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국적으로 단 한 명도 이용하지 않았다. ‘집주인 담보대출’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목돈전세Ⅱ’(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도 출시 두 달이 지났지만 6개 수탁은행의 실적은 전국적으로 186건, 120억7000만원에 그쳤다. 새로 전세 계약을 할 때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2억6600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건당 대출은 한도에 훨씬 못 미치는 6500만원이다.

집주인이 은행에 보증금을 담보로 제공(보증금 반환청구권)해야 되기 때문에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공기업을 이용해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려고 마련한 ‘부실채권매입제도’ ‘적격전환대출’도 실적은 미미하다. 서울 개포동 삼일공인 정경미 대표는 “전세물건 부족으로 보증금을 올려도 금세 계약이 이뤄지는데, 대출까지 받아 전세를 놓겠느냐”고 꼬집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금 대출 지원에만 힘을 쓰기보다는 전세 수요가 자연스레 매매나 월세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야 전세난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