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작 정치가 부활하고 있다며 총력 투쟁 방침을 재확인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대선 불복에 대한 국민적 우려만 고조시킨다며 정쟁 유발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여야 간 입장 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내달 국정감사 이후 예정돼 있는 인사청문회 및 각종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내년 예산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우리는 지금 헌법 불복 세력과 싸우고 있다”며 “국가기관 대선 개입이 헌법 불복이라면 이를 비호하고 은폐·방조하는 행위 역시 헌법 불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 불복 행위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은 방조이며 헌법에 대한 부정”이라며 “이런 식으로 한다면 앞으로 어떤 수사 결과, 재판 결과가 나오든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정국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사과 △국가정보원장·법무부 장관·서울중앙지검장 문책 △윤석열 전 수사팀장(여주지청장)의 특임검사 지명 등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국가기관을 동원한 조직적 대선 개입은 정권 연장 차원의 범죄이고, 더욱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한 수사 방해나 외압 행사는 중대범죄”라며 “‘워터게이트 사건’도 은폐기도가 더 큰 쟁점이었다”고 몰아붙였다. 현재 상황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과 연계지은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 추도식에서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로 호칭한 데 대해서도 “(북한) 부자세습 정권의 ‘어버이 수령’이란 신격화 호칭과 매우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부 차관을 발표한 날 야밤에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은밀하게 교체하고 언론이 없는 토요일에 발표했다”며 “이어 (청와대가) 일요일 검찰총장 인사 소식으로 이를 완전히 덮고 가려는 공작정치의 단면을 보여줬다”고 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번 정권은 민생은 아마추어인데 공작은 프로”라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는 젊고 용기 있는 검사들을 믿고 국회 안에서 제도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며 장외 투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대선 불복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더욱 고조시킬지 걱정스럽다”며 “민주당의 국정원장·법무장관·서울중앙지검장 문책 주장은 전형적인 정치 공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선 “검찰 수사와 재판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김 대표의 발언이 또 다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호기/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