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던진 英 이코노미스트의 '충고'
‘성과 중심의 사회를 인정하라’ ‘여성이 받는 사회적 압박을 줄여라’ ‘대기업의 활동 범위를 넓혀라’ ‘실패를 용인하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경제에 던진 충고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14쪽을 한국 경제 분석에 할애, “한국은 고령화와 폐쇄적인 사회 문화, 세대 간 갈등 증폭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능력에 따른 성과제 수용을”

이코노미스트는 먼저 한국의 고령화를 지적했다. 지난해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한 65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지난 5년간 18~35세 인구가 약 12만명 감소하면서 근로 가능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한국 정부도 이 점을 알고 최근 정년을 60세로 늘렸고, 임금피크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성과별 임금제를 도입하려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한국 은행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을 겪었음을 지적하며 “한국 사회에서 생산성이 낮은 선임자가 유능한 후임자보다 돈을 적게 받는 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금피크제 또한 정착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 “정년이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현상은 일하는 사람 수가 늘어나면 경제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젊은 세대, 늙은 세대를 막론하고 일자리가 고르게 분포했다.

사회 전반적인 저출산 원인으로는 여성의 지나친 부담을 꼽았다. 출산과 육아 부담은 한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20대 여성의 사회 진출은 70%에 육박하지만 30대가 되면 50%대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육아를 마친 40대에 재취업에 나서지만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영화, 게임만 창조경제 아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서비스업 진출’을 제시한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종에 좋은 인재가 몰려 있는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 산업이 커지지도 않고 경쟁력도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대기업이 집중돼 있는 제조업의 생산성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서비스업의 두 배 수준이었다. 리처드 돕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 소장은 “세계적으로 서비스업은 대부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일부 업종에만 제한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직업 수를 놓고 보면 일본의 3분의 2, 미국의 38%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 지원정책의 허점도 지적했다. 창의적 사업을 지원한다며 영화·게임 등에 정부 예산을 쓰지만 오히려 제조업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여지가 더 많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금융회사들의 경영도 문제로 꼽았다. 사업자금을 빌릴 때 온갖 담보를 요구하고 빚을 못 갚으면 가족까지 ‘범죄자’ 취급하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폭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카카오톡이나 광고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바이널 같은 중소기업을 예로 들며 “자신만의 틈새시장을 찾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이기는 업체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산업도 “이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덩치 큰 기획사만이 ‘K팝 왕국’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소수의 기획사에서 비슷비슷한 춤과 멜로디, 콘셉트의 아이돌그룹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남윤선/김보라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