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한 뒤 관중석에 앉아 언북중 야구단원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한 뒤 관중석에 앉아 언북중 야구단원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7일 오후 2시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예고 없이 나타났다. 경기 시작 전 시구를 하기 위해 깜짝 출연한 것. 이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은 물론 관중석 야구팬들도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구는 경호상의 문제로 청와대 기자단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았고, 행사 직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춘추관에 들러 “시구할 예정”이라고만 짤막하게 전했다.

파란색 운동화에 짙은 베이지색 바지와 ‘2013 코리안 시리즈’라고 적힌 상의 운동복을 입은 박 대통령은 나광삼 주심의 도움을 받아 태극기가 새겨진 글러브를 착용한 뒤 마운드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두산 포수 최재훈을 향해 볼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15m가량 날아가다 바닥에 한 번 튕긴 볼을 포수가 받았고 박 대통령이 웃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박 대통령은 시구가 끝난 뒤 삼성 및 두산 코치진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관중석으로 이동, 서울 언북중 야구단원들 사이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 시작 후 50여분이 지난 3회말 관객들과 악수를 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 대통령이 야구 경기에서 시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시구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제안했고, 박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하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시리즈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대표적 체육 행사로 과거에도 대통령들이 시구를 하곤 했다”며 “이런 사실을 보고하며 관련 수석실에서 참석을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31년 역사에서 대통령이 시구를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프로야구 경기 시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전 전 대통령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3월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삼성-MBC 청룡의 개막전에서 시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LG 트윈스와 태평양 돌핀스가 잠실에서 맞붙은 1994년 한국시리즈 개막전에 등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7월17일 대전에서 열린 올스타전 때 볼을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3월29일 프로야구 개막식에 참석해 시구할 예정이었으나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며 경호 문제가 부각돼 무산됐다.

박 대통령의 등장에 이날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직장인 조현우 씨(31)는 “박 대통령이 시구석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일제히 기립해 환호했다”며 “한국시리즈 직관(직접 관전)은 처음인데 대통령이 시구에 나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허구연 해설위원도 이날 중계에서 “(박 대통령의 등장으로) 양팀 선수단도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들어서자 ‘정말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고 중계를 하는 저희도 반가웠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삼성이 선발투수 장원삼의 호투와 구원진의 철벽 계투를 앞세워 두산을 3-2로 물리쳤다. 1, 2차전을 맥없이 내줬던 삼성은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만들며 반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4차전은 2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도병욱/김태호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