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신비가 피어나는 '불의 섬' 사쿠라지마…日 가고시마 반전매력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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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이부스키 모래찜질 온천…노폐물 방출에 탁월
가고시마의 명물 사쿠라지마…1년에 1000번 분화하는 활화산
가고시마의 명물 사쿠라지마…1년에 1000번 분화하는 활화산
일본 규슈 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鹿兒島)는 반전 매력을 지닌 곳이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땀을 쫙 빼는 모래찜질 온천은 물론 고즈넉한 일본식 정원에서 수증기를 뿜어대는 활화산 조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고시마의 반전 매력에 빠진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현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고시마를 찾은 해외 관광객 13만8120명 중 한국인은 33%(4만5370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따뜻한 기후 덕에 골프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온천 체험, 올레길 탐방객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지난 25일 2박3일 일정으로 가고시마의 반전 매력을 직접 탐구해봤다.
◆ 가고시마의 '반전 매력'…활화산 사쿠라지마·이부스키 모래찜질 온천
규슈 남쪽 끝에 위치한 가고시마 현은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비행기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가고시마가 보여주는 이색적인 풍경은 물리적 거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현의 명물로 꼽히는 사쿠라지마(櫻島)가 대표적이다. 화산섬이었던 사쿠라지마는 1914년 대분화 때 나온 분출물로 한 면이 육지와 연결됐을 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금도 1년에 1000번 가량 작은 분화를 반복하는 활화산이다.
화산 활동은 페리를 타고 바다 위에서 또는 사쿠라지마 트래킹 코스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백미는 센간엔(仙巖園)에서 보는 광경이다. 에도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정원 센간엔의 정적인 분위기와 화산 분화의 동적인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 소리도 미동도 없이 금새 1000m 높이의 뭉게구름을 쏘아 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눈앞에서 활화산을 마주하자 온천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부풀어 오른다.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기 쉽지만 가고시마의 이부스키(指宿) 온천은 예외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모래찜질 온천이어서다.
일본 전통식 유카타를 입고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는 모래에 뭍히는 방식이다. 화산의 지열로 데워진 모래의 온도는 50~60도 가량이다. 쌀쌀한 바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지만 몸에는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금새 땀이 맺힌다.
효능 역시 탁월하다. 가고시마대학 의학부 다나카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효능이 일반 온천보다 3~4배 가량 높다.
효능 때문인지 성격 급한 한국인이 유독 인내심을 발휘하는 곳이기도 하다. 10분 가량이 가장 적당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은 항상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온천을 즐긴다고 현지인들은 너스레를 떨었다.
◆ 낯설고도 친숙한 그 곳…규슈 올레·심수관 도요지
가고시마에서는 낯설지만 친숙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제주도와 협약을 통해 올레길을 벤치마킹한 규슈 올레 가이몬 코스가(19.4km) 그 중 하나다. 가이몬 코스는 일본 최남단 JR역인 니시오야마역에서 시작된다. 역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걸으면 나가사키바나 등대를 만나게 된다. 일본판 우렁각시라고 할 수 있는 전래동화 '우라시마 다로'의 배경인 곳이다. 동화에 등장하는 용궁의 공주를 기리기 위한 신사도 남아있다. 붉은 신사와 하얀 등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을 자랑한다.
다음 코스는 '가고시마의 후지산'이란 별명을 가진 가이몬다케다. 건너편에 화산 폭발로 생신 가가미이케 호수가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호수에 비친 가이몬다케를 볼 수 있다.
낯설고도 친숙한 만남은 미야마의 심수관 도요지에서도 이어진다. 장인들의 공방과 가옥이 모여있는 미야마는 일본 3대 도자기 중 하나인 사쓰마 도자기의 발상지다.
심수관은 정유재란(1958년)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40여명의 조선도공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15대째 한국 이름을 이어온 만큼 도요지 곳곳에는 태극기, 갓 등 익숙한 물건들이 눈에 띈다. 다만 간결하고 단아한 조선백자에 비해 무늬가 화려한 그의 일본식 백자가 차이를 느끼게 한다.
◆ 검은 색으로 물든 가고시마의 밥상
가고시마의 먹거리는 모두 검은 게 특징이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심지어 술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했지만 각기 다른 별미를 지녔다.
일본 내 돈육 생산량 1위인 가고시마는 17세기부터 양돈을 시작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고기 품질을 향상시켜 왔고 그 중에서도 흑돼지가 으뜸으로 꼽힌다. 얇게 저며 샤브샤브나 돈가스로 즐겨 먹는다. 부드러운 육질에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다. 마실거리도 온통 검은색이다. 쌀과 누룩을 원료로 만들어진 흑식초가 그 중 하나. 가고시마의 풍부한 일조량과 차가운 바닷바람이 빚어 감칠맛이 느껴진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건강음료로 꼽힌다.
흑당 소주도 꼭 먹어봐야 할 가고시마의 먹거리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 뒷 맛이 달달하면서도 깔끔하다. 소주 특유의 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교통편>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지난 27일부터 주 3회에서 주 7회로 운항 횟수가 늘어났다. 공항에서 가고시마 중심의 중앙역까진 버스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앙역에서 심수관 도요지, 센간엔 등으로 향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고시마 곳곳을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즐기고 싶다면 큐트 패스(Cute Pass)를 추천한다. 모든 시영버스와 시내 관광 명소를 순환하는 시티뷰 버스, 전철, 사쿠라지마 페리 등을 횟수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인 기준 1200엔.
참고: 일본정부관광국(www.jroute.or.kr)
가고시마=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최근 가고시마의 반전 매력에 빠진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현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고시마를 찾은 해외 관광객 13만8120명 중 한국인은 33%(4만5370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따뜻한 기후 덕에 골프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온천 체험, 올레길 탐방객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지난 25일 2박3일 일정으로 가고시마의 반전 매력을 직접 탐구해봤다.
◆ 가고시마의 '반전 매력'…활화산 사쿠라지마·이부스키 모래찜질 온천
규슈 남쪽 끝에 위치한 가고시마 현은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비행기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가까운 거리다. 그러나 가고시마가 보여주는 이색적인 풍경은 물리적 거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현의 명물로 꼽히는 사쿠라지마(櫻島)가 대표적이다. 화산섬이었던 사쿠라지마는 1914년 대분화 때 나온 분출물로 한 면이 육지와 연결됐을 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금도 1년에 1000번 가량 작은 분화를 반복하는 활화산이다.
화산 활동은 페리를 타고 바다 위에서 또는 사쿠라지마 트래킹 코스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백미는 센간엔(仙巖園)에서 보는 광경이다. 에도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정원 센간엔의 정적인 분위기와 화산 분화의 동적인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 소리도 미동도 없이 금새 1000m 높이의 뭉게구름을 쏘아 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눈앞에서 활화산을 마주하자 온천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부풀어 오른다.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기 쉽지만 가고시마의 이부스키(指宿) 온천은 예외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모래찜질 온천이어서다.
일본 전통식 유카타를 입고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는 모래에 뭍히는 방식이다. 화산의 지열로 데워진 모래의 온도는 50~60도 가량이다. 쌀쌀한 바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지만 몸에는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금새 땀이 맺힌다.
효능 역시 탁월하다. 가고시마대학 의학부 다나카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 효능이 일반 온천보다 3~4배 가량 높다.
효능 때문인지 성격 급한 한국인이 유독 인내심을 발휘하는 곳이기도 하다. 10분 가량이 가장 적당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은 항상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온천을 즐긴다고 현지인들은 너스레를 떨었다.
◆ 낯설고도 친숙한 그 곳…규슈 올레·심수관 도요지
가고시마에서는 낯설지만 친숙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제주도와 협약을 통해 올레길을 벤치마킹한 규슈 올레 가이몬 코스가(19.4km) 그 중 하나다. 가이몬 코스는 일본 최남단 JR역인 니시오야마역에서 시작된다. 역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걸으면 나가사키바나 등대를 만나게 된다. 일본판 우렁각시라고 할 수 있는 전래동화 '우라시마 다로'의 배경인 곳이다. 동화에 등장하는 용궁의 공주를 기리기 위한 신사도 남아있다. 붉은 신사와 하얀 등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을 자랑한다.
다음 코스는 '가고시마의 후지산'이란 별명을 가진 가이몬다케다. 건너편에 화산 폭발로 생신 가가미이케 호수가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호수에 비친 가이몬다케를 볼 수 있다.
낯설고도 친숙한 만남은 미야마의 심수관 도요지에서도 이어진다. 장인들의 공방과 가옥이 모여있는 미야마는 일본 3대 도자기 중 하나인 사쓰마 도자기의 발상지다.
심수관은 정유재란(1958년)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40여명의 조선도공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15대째 한국 이름을 이어온 만큼 도요지 곳곳에는 태극기, 갓 등 익숙한 물건들이 눈에 띈다. 다만 간결하고 단아한 조선백자에 비해 무늬가 화려한 그의 일본식 백자가 차이를 느끼게 한다.
◆ 검은 색으로 물든 가고시마의 밥상
가고시마의 먹거리는 모두 검은 게 특징이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심지어 술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했지만 각기 다른 별미를 지녔다.
일본 내 돈육 생산량 1위인 가고시마는 17세기부터 양돈을 시작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고기 품질을 향상시켜 왔고 그 중에서도 흑돼지가 으뜸으로 꼽힌다. 얇게 저며 샤브샤브나 돈가스로 즐겨 먹는다. 부드러운 육질에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다. 마실거리도 온통 검은색이다. 쌀과 누룩을 원료로 만들어진 흑식초가 그 중 하나. 가고시마의 풍부한 일조량과 차가운 바닷바람이 빚어 감칠맛이 느껴진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건강음료로 꼽힌다.
흑당 소주도 꼭 먹어봐야 할 가고시마의 먹거리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 뒷 맛이 달달하면서도 깔끔하다. 소주 특유의 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교통편>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지난 27일부터 주 3회에서 주 7회로 운항 횟수가 늘어났다. 공항에서 가고시마 중심의 중앙역까진 버스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앙역에서 심수관 도요지, 센간엔 등으로 향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고시마 곳곳을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즐기고 싶다면 큐트 패스(Cute Pass)를 추천한다. 모든 시영버스와 시내 관광 명소를 순환하는 시티뷰 버스, 전철, 사쿠라지마 페리 등을 횟수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인 기준 1200엔.
참고: 일본정부관광국(www.jroute.or.kr)
가고시마=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