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얻은 아이디어도 멘토 통해 사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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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상, 세상을 바꾼다 (1) 창조경제타운
시행 한 달 만에 2000건 제안
교도소 수감자까지 참여…1923명 멘토가 집단지성 발휘
시행 한 달 만에 2000건 제안
교도소 수감자까지 참여…1923명 멘토가 집단지성 발휘
지난주 경기 과천시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관실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손으로 눌러 쓴 글씨, 여러 장의 편지지를 접어 두툼한 내용물까지, 예사롭지 않은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현재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였다.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이 개설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사용할 수 없는 인터넷 대신 편지를 써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정부가 만든 ‘창조경제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 개시 한 달여 만에 20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재소자까지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에는 미래부 관계자들도 놀랐다. 한국경제신문은 창조경제타운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의 원천인 상상력을 발전시켜 나간 국내외 사례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아기 샴푸 안전띠’ 등 눈길
아기 아빠인 신한규 씨가 올린 ‘아기 샴푸 안전띠’는 공개방에 올라온 아이디어 중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제안 중 하나다. 아기의 머리를 감길 때 고생하는 부모들을 위해 안전띠로 아이와 부모를 연결해 고정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 “신축성이 있는 천을 사용하면 부모와 아이가 더 편할 것 같다” “안전띠의 끈을 조절할 수 있게 하면 수유할 때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씨의 아이디어에 다른 사람이 의견을 덧붙이면서 ‘아기 샴푸 안전띠’는 사업화를 추진할 우수 아이디어에 뽑히기까지 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의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창조경제타운의 장점이다.
창조경제타운을 활용하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세계적인 로봇 개발자 데니스 홍을 비롯해 지금까지 멘토로 확정된 사람만 1923명에 달한다. 일부 멘토는 아이디어 제안자를 위해 선행 기술까지 조사해 알려주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노경원 미래부 창조경제기획관은 “사업화와 창업 경험이 풍부한 멘토들의 집단지성을 이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타운에 올라온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전담 조직도 만들 예정이다. 우선 7개 아이디어 분야별 기술책임자를 뽑고 이를 총괄하는 책임자(CTO)도 선정하기로 했다. 다음달에는 등록된 아이디어 가운데 특허 출원을 마치거나 특허 신청을 한 제안자를 대상으로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함께 사업화 방안을 찾는 오프라인 워크숍도 가질 방침이다.
○주제별 소그룹 운영이 효율적
창조경제타운에 올라오는 아이디어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발명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제안이 있는가 하면 사업화를 고려하기 힘든 단편 아이디어도 많다. 멘토 멘티 간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지속 발전시켜야 하지만 상당수는 일회성 문답에 그치기도 한다. 참여 멘토가 부족한 분야에서는 2주 전에 올린 아이디어에 대해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 김철환 카이트재단 이사장은 “단편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보니 지속적인 토론이 안 되는 게 아쉽다”며 “아이디어 제안과는 별도로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소그룹 기능 등이 추가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용호 팬더미디어 부사장은 “과거 국민이 억울한 일을 호소하는 신문고가 있었던 것처럼 창조경제타운은 제도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창업 기회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창업 대회 등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