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미래 성장동력, 여성 인력에 달렸다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과 성차별 해소가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량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성, 특히 경력단절 여성의 일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에 떨어지지 않는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윈윈 전략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1년 54.9%로 미국 67.8%, 일본 6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1.8%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성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남성 대비 44%이고,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도 57%에 불과하다. 미국의 기업분석기관인 GMI레이팅스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은 1.9%로 45개국 중 두 번째로 낮다. 선진국 평균 11.8%, 신흥국 평균 7.4%에 크게 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3년 세계 성(性) 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성 평등 순위는 136개 국가 중 111위다.

여성 노동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여성친화적 기업일수록 경영실적이 양호하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한 국내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7%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일할 기회를 늘리고 성차별을 시정하는 데 정책의 역점을 두어야 한다. 사장되고 있는 여성의 잠재노동력을 노동시장에 흡수할 경우 경제활동률이 63%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

여성 노동력 증가는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성 활동률이 10%포인트 올라가면 출산율이 1.5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개발계획(UNDP) 부총재의 말처럼 여성 고용이야말로 빈곤탈출과 경제발전의 지름길이고 경제발전 여력도 양성평등에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 파격적인 출산·육아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처럼 양질의 보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개선, 탄력근무제 확대 등을 통해 재직자 경력단절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부모휴가제 도입 후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이 다 같이 제고된 것은 한국에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공공 부문의 역할도 보다 확대돼야 한다. 한국의 가족·보육 관련 예산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로 프랑스(3.9%), 영국(4.2%), OECD 평균(2.6%)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해서는 맞춤형 직업교육과 취업지원이 중요하다. 패션, 디자인, 영상제작, 콘텐츠 개발 등 여성친화직종에 대한 공공교육훈련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경력단절여성 절반 이상이 반 년 만에 직장을 다시 떠나는 것은 일·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여성의 취업 기회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실효성 있는 중장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유능한 여성 관리자 육성도 시급하다.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인(CEO)은 18명으로 휴렛팩커드의 멕 휘트먼,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펩시의 인드라 누이가 대표적 인물이다. 미국 케터리스트 연구소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의 투자수익률이 최대 26% 이상 높다고 한다.

여성의 감성과 섬세함은 21세기 개방적 수평적 기업문화와 잘 조화되며, 지식산업사회에 적합한 자질이다. 원칙을 중시하는 성향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촉진한다. 여성이야말로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pjk@kopo.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