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은 “국내에서 좀 더 많은 우승컵을 안은 뒤 일본 무대에서 뛰고 싶다”며 “장타보다는 정교한 샷과 퍼팅이 요구되는 일본 골프장이 나와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승현은 “국내에서 좀 더 많은 우승컵을 안은 뒤 일본 무대에서 뛰고 싶다”며 “장타보다는 정교한 샷과 퍼팅이 요구되는 일본 골프장이 나와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STAR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승현(22·우리투자증권).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꺾고 ‘메이저 퀸’에 오른 그는 요즘 방송출연과 인터뷰로 바쁘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청담동 한 미용실에서 방송 출연 전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이승현을 만났다.

서울 대치초 5학년 때 토요스포츠 활동으로 골프를 처음 접한 이승현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의 길을 걸었다. 골프를 하면서도 중학교 때까지 성적이 상위권에 들었다. 한영외고에 진학한 뒤 2년간 골프에만 전념했다.

KLPGA 2부투어에서 뛰던 그는 체육특기생으로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3 때 5개월간 공부에 몰두했다. ‘서울대 다니는 프로골퍼’를 꿈꿨다.

“서울대는 특기생이라도 국어 영어 사회 등 영역에서 5등급 이상을 받아야 해서 오전에 골프 연습한 뒤 오후 1시부터 오전 1시까지 12시간가량을 공부에 몰두했지요. 하지만 체육특기생은 골프뿐만 아니라 수영 등 전 종목에서 단 두 명만 뽑더군요. 그래서 떨어졌지요.”

이승현의 아버지 이용덕 씨(52)는 서울대 치대를 나온 뒤 서울 창동에서 ‘이용덕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골프를 아주 좋아하세요. 지금도 제가 대회 있을 때는 1주일에 한 번, 대회 없으면 1주일에 두 번 라운드를 하지요. 가끔 언더파도 치고 클럽챔피언전에 나기기도 하셨어요.”

이승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골프대회에 나가 100타를 쳐 맨 꼴찌를 했다. 당시 우승자는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이었다. “전 당시 101타가 베스트 스코어여서 이를 깼다고 좋아했는데 꼴등 한 것을 보고 정말 잘하는 애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지요.”

이승현은 이후 3개월 만에 다른 대회에 출전해 이븐파 72타를 기록하며 첫 우승컵을 안았다. “100타를 치고 나서 90타대를 몇 번 치고 80타대를 몇 차례 기록했지요. 이어 79타를 한 번인가 치더니 바로 이븐파를 치기 시작했어요. 비결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연습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이승현의 천재적인 골프 소질은 쇼트게임, 특히 퍼팅에서 빛을 발했다. “어렸을 때 코치(곽유현 프로)가 쇼트게임을 많이 강조해서 그런지 퍼팅 연습에 하루 2~3시간 이상을 투자했어요. 그래서 퍼팅을 잘하는 것 같아요. 드라이버 잘 치는 선수들을 보면 어렸을 때 드라이버샷 연습만 하루 수백개씩 쳤다고 하더군요.”

“장타와 퍼팅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퍼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장타는 좌우 위험에 빠질 때가 많다. 골프는 마무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퍼팅을 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은 KB금융STAR챔피언십 마지막 날 동반라운드를 한 박인비의 퍼팅 레슨 도움을 받았다. “대회 전 골프채널에서 방송한 박인비의 퍼팅 레슨을 봤어요. 박인비가 ‘백스트로크할 때 낮고 길게 빼라’는 말을 하더군요.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았는데 박인비의 말을 듣고 나서 따라 한 뒤 많은 도움이 됐지요.”

‘퍼팅 잘하는 비결’에 대해 그는 “퍼팅은 리듬이 가장 중요하다. 박인비 선수나 퍼팅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리듬이 항상 일정하다”며 “긴 거리든 짧은 거리든 퍼팅하는 시간이 똑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퍼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더니 “스마트폰에 있는 ‘메트로놈’ 앱 같은 것을 다운받아 자신만의 템포를 익히면서 퍼팅 연습을 해보라”고 추천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