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IB)에 입사한 신입 직원들의 삶은 고되기로 유명하다. 며칠씩 밤을 꼬박 새우며 일하는가 하면 주말에 쉬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온 데다 이 고단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많게는 수백만달러(수십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런 월스트리트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애널리스트’로 불리는 입사 2년차 이하 신입 행원들이 주말에 근무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올해 초 애널리스트들의 근무여건과 커리어개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 ‘주니어 뱅커 태스크포스’의 권고에 따른 것. 젊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태스크포스는 이 밖에도 △신입 직원을 더 많이 뽑을 것 △이들이 중간 관리자나 고객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도록 할 것 △일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줄 것 등을 권고했다.

이 같은 변화는 오랜 시간 근무를 하더라도 예전처럼 거액의 연봉으로 보상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이에 인재들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벤처기업 등으로 빠져나가자 위기감을 느끼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도 최근 런던 지점의 인턴이 며칠간의 밤샘 근무 후 간질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 사건 이후 인턴과 애널리스트들의 근무여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IB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지난 수년간 인원을 크게 감축한 상황이어서 고된 근무여건은 단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