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다 '규제 허들'까지 높아지면서 유통업계는 날마다 울상입니다. 1인가구가 급증하는 '솔로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했고 합리적인 소비로 자체 브랜드(PL·PB) 개발도 봇물을 이룹니다. 진열대와 TV, 온라인·모바일 구분없이 오늘날 판매경쟁은 손바닥 위에서도 치열합니다. '21세기 베니스의 상인'으로 불리는 MD(merchandiser)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꾸준한 영업력이 곧바로 유통채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불멸의 '맨파워'로 쓰러져가는 유통기업까지 일으켜 세운 MD의 밤낮 없는 활약상을 생생히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편집자 주>
[트렌드메이커 MD(下)] '21세기 베니스의 상인' MD, 유통채널 생사 여탈권 쥔 미다스의 '손'
MD는 모든 유통채널(백화점 마트 홈쇼핑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에서 가장 최신의 트렌드 상품을 발굴하고 기획해 진열 판매 배송 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판매 과정을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다.

특히 MD는 여지껏 소비자들이 '구경해 본 적 없던' 상품까지 찾아내 소개하고 판매해야 온전히 능력을 인정받는다. 기존 브랜드 중에서도 트렌드를 이끌 상품을 미리 골라 기획해야 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배송까지 책임져야 한다.

◆ '여성 비중 높은' MD의 조건?…트렌드 분석·상품 기획·협력사 발굴·숫자 감각·마케팅·협상력

다른 조직에 비해 여성 비중도 상당히 높다. <한경닷컴>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롯데홈쇼핑 위메프 쿠팡 티몬 그루폰 등 국내 대표 유통채널 14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조직 내 MD의 남·여구성비는 6대4, 평균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확인됐다.

홈쇼핑업계 1위 CJ오쇼핑은 '좋은 MD'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 '고객 신뢰'를 가장 먼저 꼽았다. 갈수록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홈쇼핑 채널의 소비 비중과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MD 업무도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CJ오쇼핑은 "과거에 홈쇼핑은 협력사에서 제안한 상품을 늘어놓고 방송을 편성했지만 요즘은 MD가 트렌드를 리드해 먼저 시장 조사를 통해 상품을 발굴하고 론칭하는 비중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유통채널보다 상품 판매 실적이 곧바로 공개돼 '스피드'와 '정확성'도 아주 중요한 MD의 자질이라고 CJ오쇼핑은 강조했다.

CJ오쇼핑은 "한 번 방송 1시간 동안 방송 중 매출이 오프라인 매장 한 달 매출보다 더 많은 경우도 많다"면서 "따라서 당연히 재고부담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협력사와 MD 간 강한 신뢰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트렌드메이커 MD(下)] '21세기 베니스의 상인' MD, 유통채널 생사 여탈권 쥔 미다스의 '손'
◆ 월말 분기말 연말마다 '보너스' 노리고 뛰는 MD…방송PD·에디터·영업부장 '1인 3역'

365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MD의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유통채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약 4000~9000만원선으로 조사됐다. 다만 신상품 론칭 성공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 매년 '억대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 성과주의 구조다.

소셜커머스의 대표주자 위메프는 매달 MD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위메프는 "MD마다 기본 연봉이 다르지만 일반 직장과 다르게 보너스를 매달 챙겨 갈 수 있다"면서 "모든 딜(계약)의 책임자로서 커다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티몬의 경우 분기별에 이어 연간 인센티브도 구분해 나눠준다. 티몬은 "영업직군인 MD의 기여도가 소셜커머스의 성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차별화를 두고 있다"며 "MD는 판매 실적이 좋아야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CJ오쇼핑 NS홈쇼핑 등은 공통적으로 연말 인센티브로 인사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MD는 업무상 중요도가 높은 핵심인력이므로 상품별 성과 인센티브보다 일년 매출 실적에 따른 인사평가로 연봉을 책정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일명 '대박 제품'을 선정해 해당 MD에게 포상금을 건네는 곳도 있다. 롯데마트는 나아가 MD의 담당 분야 매출 뿐만 아니라 각종 관리 지표를 적용, 기본 연봉에서부터 상여 등급을 나눠 연봉을 책정하고 있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다른 직무와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 '성과주의' '트렌드 변화' 영향 커 조직개편은 자주…'MD 입김'은 소셜커머스가 1등

[트렌드메이커 MD(下)] '21세기 베니스의 상인' MD, 유통채널 생사 여탈권 쥔 미다스의 '손'
MD가 속한 부서는 정기 인사와 더불어 물론 트렌드 변화에 따라 수시로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 '손바닥 쇼핑족(모바일 쇼핑)'이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갈수록 분류별 MD의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가는 이미 세분화된 단위 조직의 개편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과거 유통채널이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영업을 할 시기엔 MD는 주로 상품에 대한 기획자보다 관리자에 적합한 업무를 수행해왔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모두가 트렌드에 맞는 상품과 상품 기획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서 시장 발굴과 사전 기획이 MD의 주요한 업무"라고 분석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연말 정기 조직 개편을 벌여 기존 영업본부 아래 트렌드사업부와 생활금융사업부를 두고 이전보다 MD의 업무를 구체화시켰다. 트렌드사업부는 패션의류, 레포츠의류, 토탈패션(주얼리 잡화 등), 이너웨어, 뷰티 상품을 맡았고 생활금융사업부는 생활, 주방, 렌탈, 식품, 교육, 디지털, 보험 상품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GS홈쇼핑보다 조직을 더 쪼갰다. 상품영업본부 아래 패션사업부(의류팀 미용잡화팀 아동레포츠팀) 생활사업부(생활인테리어팀 식품팀 주방용품팀 가용팀) 상품기획사업부(상품개발팀 금융상품팀 카탈로그팀) Hmall사업부(e마케팅팀 NewBiz팀 e패션팀 e가용팀 e백화점팀) 중국사업부 등 5개 조직을 운영중이다.

롯데홈쇼핑은 "MD의 조직개편은 정기 인사로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지만 실적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상품군이나 축소해야 할 상품군이 정해지면 수시로 개편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크게는 패션 상품군과 생활 상품군 두 분류로 구분해 놓고 잡화팀 의류팀 뷰티팀 디지털가전팀 식품주방팀 금융상품팀 등을 배치한다"고 덧붙였다.

MD 사이에 상품 선점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소셜커머스의 조직 개편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히 진행된다. 위메프는 MD 내 조직 개편을 '대외비'로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티몬과 그루폰 역시 관련 내용 공개를 꺼렸다.

쿠팡은 다만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부선 간 이동과 충원 등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배송상품(패션, 식품, 유아동, 디지털 등) 지역상품 여행상품 등 상품별로 조직이 구분된다"고 언급했다.

유통채널 가운데 MD의 의견 반영 즉, '입김'이 가장 센 곳은 소셜커머스 홈쇼핑 오픈마켓 대형마트·백화점 순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루폰은 "상품 개발, 발굴, 진열, 기획 등 모든 과정을 100%로 놓고 볼 때 소셜커머스 MD의 입김은 70% 이상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노정동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