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블루에 빠진 전명자 씨 "오로라는 40년 미술인생의 자양분"
핀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 북극지방의 새벽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를 보면 누구나 말 못할 신비감에 빠져든다. 오로라가 출현하는 날에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내면 천재를 낳는다는 얘기도 있다.

1995년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본 오로라에 반해 그 후 신비로운 푸른빛을 화폭에 담아 온 작가가 있다. 주인공은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서양화가 전명자 씨(71·사진). 그가 오는 6~19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에 20년 가까이 작업해 온 ‘자연의 조화’ ‘오로라를 넘어서’ 시리즈 30여점을 펼쳐 보인다.

전씨는 “오로라를 볼 때마다 그 푸른빛 속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며 “행운의 상징인 오로라의 색감을 통해 현대인들의 행복을 되살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로라의 푸른빛이 물든 그의 작품은 환희와 희망, 기쁨을 선사한다. 화목한 가족, 잔디밭에서 책을 읽는 소녀, 한가로운 티타임, 장미꽃 핀 정원, 군마(群馬) 행렬, 바이올린 연주 모습,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겸재의 ‘금강산도’를 떠올리게 하는 산수 이미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현실과 유리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주제를 부각하기보다 삶의 행복했던 순간이나 아름다운 기억,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오로라는 마음을 정화해주고 다음 작업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며 “체력이 허락하는 한 평생 오로라 작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로라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터키 블루 색상이 가장 따뜻하면서도 우아한 푸른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색깔의 제왕은 역시 블루입니다. 블루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고 성취하게 만드는 색이지요. 블루에도 50여종이 있어요. 그중 터키 블루가 가장 우아하죠.”

오로라의 빛과 조화를 이루는 황금색 해바라기 작품도 여러 점 내보인다. 프랑스 남부 지방의 황금빛 해바라기가 바람에 넘실대는 모습이 그야말로 현란하다.

전시를 준비한 지난 2년간 자신과 끊임없는 싸움을 벌였다는 작가는 “아직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열심히 작업했다”며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화업 내내 매일 15시간 이상 작업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파리 아메리칸아카데미 교수로 초빙됐고 프랑스 국립미술원 작가로 선정됐다. 2005년 프랑스 국립미술협회(SNBA)전에서 금상, 2007년에는 대상을 받았다. 지난 5월 서양화가로는 처음으로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시상하는 제45대 신사임당상을 받았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