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지구수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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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가 태양보다 밝았어요.” 지난 2월 러시아 상공에서 지름 17m 크기의 유성체가 엄청난 빛을 내뿜으며 떨어졌다. 초속 15km 이상으로 대기와 충돌할 때 압축된 공기가 5000~1만도로 가열되면서 낸 빛이었다. 15~25km 상공에서 폭발할 땐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3배나 되는 에너지를 방출했다. 고도가 높았기에 1500여명의 부상에 그쳤지만, 자칫 대재앙이 될 뻔했다.
그로부터 16시간 뒤에는 농구장 크기의 두 배인 45m짜리 소행성이 지구에서 2만7700km 거리를 초속 7.8km로 스쳐 지나갔다. 방송통신용 위성 궤도 3만6000km보다 훨씬 가까웠다. 과학자들은 지구 주변에 있는 50m급 소행성만 50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이 중 1%도 안 된다. 100m보다 큰 ‘지구위협천체’는 5000여개이지만, 정체를 알 수 있는 건 1400개에 불과하다.
400m급 소행성의 폭발력은 핵탄두 2500개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런 천체의 위력에 비하면 우리 인간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모른다. 러시아 사고 당시에도 이를 미리 안 사람은 없었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과학자들이 혜성을 막으려고 대비하는 데 10개월이나 걸린 걸 떠올리면 끔찍하다.
지난주 유엔이 ‘국제 소행성 경고 그룹(IAWG)’ 설립을 승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주탐험가들이 몇년 동안이나 요구한 결과라는데, 소행성 정보를 공유하면서 충돌에도 직접 대비할 모양이다. 2017년까지 4억5000만달러(약 4800억원)를 들여 우주감시망원경도 제작하고 이를 조기경보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우주선을 발사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SF영화에서나 보던 우주 재난 문제를 유엔이 다루게 된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당장 6~9m 소행성을 달 궤도로 이동시키려던 미국의 ‘소행성 진로 바꾸기’ 계획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셧다운 여파로 꼬리를 내리는 마당에 거액을 선뜻 낼 나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운석 파편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운석 사냥꾼’들이 벌써 g당 240만원에 운석 조각들을 팔고 있다. 2000년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1t짜리 운석의 가치는 57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금값의 40배라니 그만하면 우주 프로젝트도 겁낼 게 없지 싶다. 만화영화 속의 지구수비대까지 한몫 거든다면 더욱 그렇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그로부터 16시간 뒤에는 농구장 크기의 두 배인 45m짜리 소행성이 지구에서 2만7700km 거리를 초속 7.8km로 스쳐 지나갔다. 방송통신용 위성 궤도 3만6000km보다 훨씬 가까웠다. 과학자들은 지구 주변에 있는 50m급 소행성만 50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이 중 1%도 안 된다. 100m보다 큰 ‘지구위협천체’는 5000여개이지만, 정체를 알 수 있는 건 1400개에 불과하다.
400m급 소행성의 폭발력은 핵탄두 2500개와 맞먹는다고 한다. 이런 천체의 위력에 비하면 우리 인간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모른다. 러시아 사고 당시에도 이를 미리 안 사람은 없었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과학자들이 혜성을 막으려고 대비하는 데 10개월이나 걸린 걸 떠올리면 끔찍하다.
지난주 유엔이 ‘국제 소행성 경고 그룹(IAWG)’ 설립을 승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주탐험가들이 몇년 동안이나 요구한 결과라는데, 소행성 정보를 공유하면서 충돌에도 직접 대비할 모양이다. 2017년까지 4억5000만달러(약 4800억원)를 들여 우주감시망원경도 제작하고 이를 조기경보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우주선을 발사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SF영화에서나 보던 우주 재난 문제를 유엔이 다루게 된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당장 6~9m 소행성을 달 궤도로 이동시키려던 미국의 ‘소행성 진로 바꾸기’ 계획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셧다운 여파로 꼬리를 내리는 마당에 거액을 선뜻 낼 나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운석 파편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운석 사냥꾼’들이 벌써 g당 240만원에 운석 조각들을 팔고 있다. 2000년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1t짜리 운석의 가치는 57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금값의 40배라니 그만하면 우주 프로젝트도 겁낼 게 없지 싶다. 만화영화 속의 지구수비대까지 한몫 거든다면 더욱 그렇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