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광화문 이전 1년 2개월…세종行 막았지만 금감원과 '소통' 악화
금융위원회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로 이사한 지 1년이 넘었다. “정부 부처는 육조거리에 있어야 한다”던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공언대로 청와대 등과 정책공조를 하기는 한결 쉬워졌다. 반면 금융감독원과의 소통은 더 힘들어졌으며,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따로, 금융위 따로’ 찾아다니느라 더 피곤해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위만 살았다’

금융위는 작년 ‘정권 말기 무리한 이전’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 이전을 밀어붙였다. 결국 9월 서울 여의도 금감원 건물을 떠나 광화문 프레스센터에 입주하는 데 성공했다. 예비비까지 끌어다 썼다.

청와대와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전의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대선 뒤에 자칫하면 기획재정부에 통합돼 세종시로 내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진짜 이유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1년2개월이 지난 지금 금융위 직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이전의 효과에 대해 ‘아니올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프레스센터로 옮긴 뒤 청와대 등과 정책 공조가 쉬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금감원과의 소통은 급속히 악화됐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 시절에는 구내식당·헬스장·주차장이나 점심·저녁 장소에서 금감원 직원들과 자주 마주쳐 현안에 대해 논의하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만날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전한 뒤 금융위에서 ‘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전에는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호출’해서 ‘지시’하는 형태가 되다 보니 감정이 상하는 일도 많다”고 평가했다.

과거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벌어졌을 때 김 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은 비교적 무난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동양사태를 두고도 금융위는 ‘1차적으론 금감원의 문제’라며 발을 빼려 했고, 금감원은 ‘금융위가 제때 규정변경 등을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시어머니 둘 떨어져 더 피곤”

금융회사의 불만은 심각하다. 예전엔 현안이 있을 때 여의도에 들러 금융위와 금감원을 한 번에 오가며 협의를 끝냈지만, 지금은 여의도(금감원)와 광화문(금융위)에 차례로 들러 업무 협의를 해야 한다. 금융당국을 오가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금융위의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관기관 회의를 소집했다가 갑자기 취소해 금융사나 협회 관계자들이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협회 관계자는 “이달 들어 금융위 소집 회의가 갑자기 취소돼 돌아간 것만 두 번째”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래저래 금융사들이 눈치 볼 일도 늘었다. 업무 협의나 인사차 방문할 때도 어느 한 곳만 갈 수 없는 분위기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 은행 임원이 인사차 금감원에만 들렀다가 금융위에 찍혀 마음 고생을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며 “시어머니 둘이 한곳에 있다가 두 곳으로 떨어져 있으니 눈치 볼 일만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류시훈/장창민/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