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이어 정부와 정치권이 또 다른 환경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재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경보호 명분으로 이중·삼중의 기업규제를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환경오염피해구제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조만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환경오염 사고 발생시 기업이 2000억원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고의·중과실 등으로 사고가 났거나 피해방제 공무원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무한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공장 등 산업시설이 환경오염을 유발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경우 과실 여부를 떠나 기업에 책임을 묻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오염 피해와 기업 잘못의 상관관계에 대해 ‘상당한 개연성’이란 애매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장 등 시설과 전혀 무관한 원인 때문에 환경오염이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환경오염을 공장 등 기업시설 탓으로 돌려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모호한 규정”이라고 꼬집었다.

환경부가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도 재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법은 기업 사업장에 폐기물 재활용 목표를 부과하고 이에 미달하면 과징금을 매기거나 법적 책임을 묻는 게 골자다. 이에 더해 ‘폐기물처분 부담금’을 신설해 폐기물을 소각·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업에 부과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기업들은 지금도 폐기물부담금과 재활용 의무분담금, 재활용부과금 등을 내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부담금을 내라는 건 이중과세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17개 경제단체·협회는 최근 환경부에 법 제정을 신중히 해달라는 건의서를 냈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지난 4월과 6월 화평법과 화관법에 이어 또다시 환경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환경 규제법안들은 아직 국회 논의를 거치거나 구체적인 입법 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 것들”이라며 “나중에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기업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김주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