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3시, 세종청사는 썰렁…국회복도는 북적
‘개점휴업 상태.’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열리는 날이면 텅텅 비는 정부세종청사의 모습을 묘사하는 말이다. 문은 열어놨지만 사실상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다. 각 부처의 업무를 총괄하는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몽땅 국감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간다.

31일 오전 세종청사 4동 기획재정부 건물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복도를 지나가면서 하는 대화나 전화통화 소리도 거의 없었다. 업무보고나 회의 장면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각 과마다 남아있는 직원은 2~3명에 불과했다.

이날 기재부 실·국장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은 새벽에 관광버스 두 대를 빌려 국회로 향했다. 사람이 지나가야만 불이 켜지는 자동식 복도는 온종일 컴컴했다.

반면 같은 시간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과 복도는 세종청사를 떠나온 기재부 공무원 100여명으로 북적였다. 국회 328호에 30여명, 로텐더홀에 20여명, 기재위 위원장실 앞에 30여명 등 4곳에서 국감을 지켜봤다. 앉을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통계청과 국세청 직원 50여명도 자리를 지켰다.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열리는 국감에 매달리느라 업무공백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평소엔 잘 돌아가던 부처가 국감 시즌만 되면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리자가 사라진 청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눈에 띄었고 일부 과에선 간식을 사다놓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31일 오후 3시, 세종청사는 썰렁…국회복도는 북적
서울에 올라와 있는 공무원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종시에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이날 국감에 참석한 한 사무관은 “내일도 국감이 예정돼 있어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왔지만 잘 곳은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며 “서울에 집이 없는 사람들끼리 찜질방이나 모텔을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세종청사에 국회 전용 회의장이 설치됐지만 무용지물이다. 국회의 요구로 예산 5억원을 들여 마련했지만 이 회의장에서 열린 국감은 단 두 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화상 국감을 해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보안문제가 걸리는 데다 국회의원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청사 내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거나, 상임위의 세종시 개최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분원을 세우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들이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야 위엄이 생긴다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고은이/김우섭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