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부동산 침체로 혼란에 빠진 ‘도심 노후지역’ 문제를 풀어가는 데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포기를 선언한 뉴타운·재개발구역이 슬럼화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발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가 부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사업지원 자금 규모로는 난개발 등의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대안은 못된다고 해도, 당장의 난개발을 막으려면 서울시가 계획한 ‘소규모 재생사업’이라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 또한 근본대책은 못된다고 말한다.

특히 일부라도 재개발사업이 진행됐던 구역들은 ‘진퇴양난’이다. 사업을 그만두려고 해도 투입비용(매몰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어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을 계속하라고 돈을 대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업을 포기하라고 매몰비용을 제공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뉴타운 출구전략 실효성’은 매몰비용과 사업추진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별도의 도시정비기금이나 펀드 활용, 사업이 잘되는 지구와 사업성이 부족한 지구를 연계해 개발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뚜렷한 대안찾기가 어렵다면 서울시가 진행 중인 출구전략 1단계(상황 파악과 사업추진 여부 결정)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소규모 재생이 가능한 곳들을 선별해 주거환경 개선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뉴타운·재개발을 접은 곳들은 소규모 정비라도 서둘러야 일시적이나마 슬럼화·노후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기존 민간개발(주민 주도적 개발) 방식을 지양하고, 유럽처럼 정부·지자체·민간이 주도하는 ‘공영방식 재개발’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돈을 투입할 기준이나 지표를 만들고 정당성을 따져서 선별적 지원을 해주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의식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 교수는 “과거 부동산시장 활황 때 주민들이 자기 부담금을 거의 내지 않고 진행했던 재개발 방식에 대한 기준을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이현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