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노년층 사망원인 1위…조기검진 해야 생존율 높아져
통증 없는 고주파 온열 치료…항암제 치료와 병행 땐 시너지


폐암은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매년 10%씩 환자가 늘고 있다. 국내 폐암 치료의 권위자인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흉부외과)을 통해 노년층 사망원인 1위인 폐암 발생을 줄이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아봤다.
◆생존율 직결되는 폐암 조기검진

최근 폐암의 특징 중 하나는 ‘60세 이상 노인’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환자 발생률은 35~60세 인구 10만명당 45.6명이지만 60세를 넘어서면 469.2명으로 급증한다. 보건복지부의 암 등록 통계사업에 따르면 폐암에 걸렸을 경우 5년 후 생존율이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5분의 1(19.7%)로 떨어진다. 이는 진단 5년 후 생존율이 낮아 ‘걸리면 이미 사망선고’라는 간암(26.7%)보다 위험한 수치다.
하지만 폐암은 전이가 되기 전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46.3%로 높아진다.
◆증상 보일 땐 이미 늦어
폐암은 암 덩어리가 상당히 커지기 전까진 기관지염·폐렴·폐결핵일 때 나타나는 기침·호흡 곤란·흉통·객혈(피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없다.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봐야 한다. 심 병원장은 “전이 속도가 워낙 빨라 발견 당시 약 20~30% 환자만 수술할 수 있고, 나머지 환자는 수술도 못하고 항암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단 후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전체 폐암 환자 4~5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한 셈이다.
조기발견해 수술한 환자의 생존율은 70% 수준이다. 생존율을 높이려면 무(無)증상인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이를 위해 의학계에선 폐암 발생 고위험군에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권한다. 저선량 폐 CT 검사는 0.3㎜ 정도의 초기 폐암도 발견할 수 있다.
심 병원장은 “고령층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가슴 통증, 객혈, 급격한 체중 감소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서둘러 저선량 폐 CT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폐암 발생 위험이 큰 50세 이상은 저선량 CT나 형광기관지내시경, 객담세포진검사 같은 검진을 1년에 한 번 정도는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치료법 ‘고주파 온열치료’
폐암 치료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고주파 온열치료다. 암세포만을 선택해 파괴하는 최신 치료법이다.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용돼 왔으며 국내에는 최근 도입됐다.
이두연 분당차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인체에 고주파를 가하면 체내에 전류가 흐르면서 열이 발생하는데, 정상 세포보다 열에 민감한 암세포가 더 활성화된다”며 “이때 주변 정상세포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활성화된 암세포가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결국 괴사하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고주파로 38.5~42.5도의 열을 체내에 발생시키면 다른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해 죽일 수 있다. 환자는 편안한 상태로 침대에 누운 채 한 시간가량 치료를 받게 되며 주 2~3회씩 총 12회 치료가 진행된다.
이 교수는 “통증이나 부작용이 없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와 병행할 경우 치료 효과가 최대 6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체력이 약해 항암제 치료를 견뎌내기 어려운 환자는 항암제 용량을 줄이면서 고주파 온열 암 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암을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폐암은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 건강에 도움을 주는 먹을거리로는 항암 효과가 있는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당근, 담배로 손상된 기관지 점막 재생에 도움을 주는 파래와 은행 등을 꼽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이두연 분당차병원 폐암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