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경찰에 남고 싶다"…공직사회, 현업 복귀 이뤄질까 주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찰고위직 첫 무죄 확정 이철규 前경기경찰청장
경찰 전례 없어 곤혹
치안정감 자리 5개 채워져, 사람은 6명…교통정리 관심
20개월만에 무죄
'검찰 기소 = 공직 사퇴'…공무원 관행 깨질까
경찰 전례 없어 곤혹
치안정감 자리 5개 채워져, 사람은 6명…교통정리 관심
20개월만에 무죄
'검찰 기소 = 공직 사퇴'…공무원 관행 깨질까
“이런 사례가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하기 힘듭니다.”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이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 이후 현업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면서 경찰에 전무후무한 인사 변수가 발생했다. 이 전 청장의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밑인 치안정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계급으로 경찰 내 보직은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5개로 모두 채워진 상태다. 경찰 고위직이 재판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무죄 판결은 처음이어서 참고 사례를 찾기도 힘들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공직사회도 이 전 청장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은 “검찰의 기소는 유무죄 판결을 떠나 공무원들이 공직생활을 접게 만든 요인이었다”며 “무죄 판결을 받은 이 전 청장의 현업 복귀 여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 번째 복귀 이뤄질까
지난해 2월20일, 경기지방경찰청 보안협력위원회 행사를 주관하던 이 전 청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검찰이 이 전 청장을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관계를 묻는 취재 전화였다. 며칠 뒤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이 전 청장을 알선수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이 2011년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에 불법대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이 전 청장에게 “경찰 수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힘써달라”고 청탁했고, 이 전 청장은 그 대가로 2008~2011년 4회에 걸쳐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경찰 고위 간부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다.
검찰은 당시 “돈을 건넸다”는 유 회장의 진술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을 상대로 유 회장에게 실제로 금품을 받았는지 또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유 회장과 30년을 알고 지냈지만, 현금거래는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유 회장의 진술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2010년 봄, 2011년 가을’ 식으로 돈을 건넨 날짜조차 특정하지 못하는 유 전 회장의 막연한 진술이 문제가 됐다. 결국 이 전 청장은 지난달 31일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앞서 이 전 청장은 2003년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복귀한 바 있다.
◆초유의 사태…경찰 안팎에서 관심
이 전 청장은 무죄를 입증받았지만 직위해제 상태인 그의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청와대와 경찰청은 지난 3월 치안정감 인사에서 이금형 치안감을 치안정감 승진후보자 신분으로 치안정감의 보직인 경찰대학장에 임명했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 전 청장이 사퇴할 것으로 예상한 조치였지만 이 전 청장이 복귀 의사를 밝히며 인사가 꼬이게 됐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치안정감 인사에서 이 전 청장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청장의 복귀 절차는 치안정감 임명과 동일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안전행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전 청장의 복귀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감 이하는 정년을 보장받지만, 치안정감부터는 정무직이라 정부에서 퇴직하라고 명령하면 그냥 나가야 한다”며 “모든 인사가 청와대의 소관이라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이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던 터라 전혀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유럽국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는 10일 이후에야 이 전 청장의 거취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직사회도 주목
공직사회도 이 전 청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일단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 무죄로 확정되더라도 스스로 공직을 떠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이 전 청장이 복귀하면 ‘검찰 기소=공직 사퇴’라는 등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전 청장은 “20개월 동안 보직이 없이 지냈다”며 “사표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안 내겠다”고 복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 기소 이후 무죄 판결을 받으면 공직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전 청장의 건이 무리한 기소였는지 단정지을 순 없지만 무죄 확정 때 얼마든지 되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은 무고한 사람을 무리하게 기소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치안정감이면 검찰에서도 좋은 기소감으로 봤을 수 있는데 그럴수록 무죄 추정 원칙에 입각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이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 이후 현업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면서 경찰에 전무후무한 인사 변수가 발생했다. 이 전 청장의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밑인 치안정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계급으로 경찰 내 보직은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5개로 모두 채워진 상태다. 경찰 고위직이 재판을 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무죄 판결은 처음이어서 참고 사례를 찾기도 힘들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공직사회도 이 전 청장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은 “검찰의 기소는 유무죄 판결을 떠나 공무원들이 공직생활을 접게 만든 요인이었다”며 “무죄 판결을 받은 이 전 청장의 현업 복귀 여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 번째 복귀 이뤄질까
지난해 2월20일, 경기지방경찰청 보안협력위원회 행사를 주관하던 이 전 청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검찰이 이 전 청장을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관계를 묻는 취재 전화였다. 며칠 뒤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이 전 청장을 알선수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이 2011년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에 불법대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이 전 청장에게 “경찰 수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힘써달라”고 청탁했고, 이 전 청장은 그 대가로 2008~2011년 4회에 걸쳐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경찰 고위 간부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다.
검찰은 당시 “돈을 건넸다”는 유 회장의 진술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을 상대로 유 회장에게 실제로 금품을 받았는지 또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유 회장과 30년을 알고 지냈지만, 현금거래는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유 회장의 진술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2010년 봄, 2011년 가을’ 식으로 돈을 건넨 날짜조차 특정하지 못하는 유 전 회장의 막연한 진술이 문제가 됐다. 결국 이 전 청장은 지난달 31일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앞서 이 전 청장은 2003년에도 유사한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복귀한 바 있다.
◆초유의 사태…경찰 안팎에서 관심
이 전 청장은 무죄를 입증받았지만 직위해제 상태인 그의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청와대와 경찰청은 지난 3월 치안정감 인사에서 이금형 치안감을 치안정감 승진후보자 신분으로 치안정감의 보직인 경찰대학장에 임명했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 전 청장이 사퇴할 것으로 예상한 조치였지만 이 전 청장이 복귀 의사를 밝히며 인사가 꼬이게 됐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치안정감 인사에서 이 전 청장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청장의 복귀 절차는 치안정감 임명과 동일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안전행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전 청장의 복귀 여부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감 이하는 정년을 보장받지만, 치안정감부터는 정무직이라 정부에서 퇴직하라고 명령하면 그냥 나가야 한다”며 “모든 인사가 청와대의 소관이라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이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던 터라 전혀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유럽국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는 10일 이후에야 이 전 청장의 거취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직사회도 주목
공직사회도 이 전 청장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일단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 무죄로 확정되더라도 스스로 공직을 떠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이 전 청장이 복귀하면 ‘검찰 기소=공직 사퇴’라는 등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전 청장은 “20개월 동안 보직이 없이 지냈다”며 “사표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안 내겠다”고 복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 기소 이후 무죄 판결을 받으면 공직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전 청장의 건이 무리한 기소였는지 단정지을 순 없지만 무죄 확정 때 얼마든지 되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은 무고한 사람을 무리하게 기소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치안정감이면 검찰에서도 좋은 기소감으로 봤을 수 있는데 그럴수록 무죄 추정 원칙에 입각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