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가 들어야 할 中企 이야기
대구에 있는 절삭공구 제조업체 한국OSG는 일본 OSG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다가 지금은 국산화한 제품을 일본에 역수출하고 있다. 매출 900억원의 대표적인 수출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 정태일 회장(70)은 요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56년간 현장에서 일했으니 이제는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남은 생을 사회봉사에 전념하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바람이다.

하지만 막상 가업승계에 들어가는 세금을 계산해보니 상속·증여세가 300억원을 넘었다. 이 돈을 내려면 아들은 지분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일본 OSG 지분이 49%다. 지분을 2% 넘게 팔면 즉시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가는 구조다. 정 회장은 지난 1~2일 부산에서 열린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장에서 기자에게 “매년 수십억원의 세금을 내는 회사를 일본에 넘길 수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가업상속재산에 대한 공제한도는 현재 300억원이다. 문제는 공제한도와 조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점이다.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가업상속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기업은 19만4976개였다. 하지만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혜택을 본 사람은 35명에 불과(전체 세감면 금액 57억원)했다.

정부는 2007년 1억원이었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이듬해 30억원으로, 2008년엔 100억원으로, 지난해엔 300억원으로 확대했다. 중소기업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찔끔찔끔 인심을 쓰는 식이다. 때문에 중소기업인들이 느끼는 상속세 부담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승계를 접는 기업인이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직도 ‘공무원들의 책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200여명의 가업승계기업 1, 2세들은 “(정부는) 상속세 고민을 그만하게 해달라. 우리는 세계로 나가고 싶다”고 외쳤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들이 진심으로 고용과 기술, 중소기업과 수출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기업인들에게 하는 ‘생색내기 놀음’부터 그만둬야 한다.

박수진 중소기업부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