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특별한 만남] "한국영화도 이젠 글로벌시대…1억명 보는 작품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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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장
사회=최명수 문화부장
사회=최명수 문화부장
![[경제와 문화의 특별한 만남] "한국영화도 이젠 글로벌시대…1억명 보는 작품 만들어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04079.1.jpg)
▷두 분은 부산영화제에서 한때 함께 일하셨죠.
김동호 위원장=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했을 때부터 15년간 집행위원장을 지냈습니다. 1997년 부산영화제 사무국을 서울 원서동에 있는 영화수입사 백두대간 건물로 옮기면서 당시 백두대간 상무였던 정 부문장을 처음 만났죠. 정 부문장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에 매료됐어요. 영화사를 운영해봤고, 시장에도 밝아 부산영화제에 신설한 영화마켓인 PPP(부산프로모션플랜) 운영위원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정 부문장은 오늘날 부산영화제의 마켓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지요.
![[경제와 문화의 특별한 만남] "한국영화도 이젠 글로벌시대…1억명 보는 작품 만들어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01.8005047.1.jpg)
▷마켓활성화가 부산국제영화제 성공 요인입니까.
![[경제와 문화의 특별한 만남] "한국영화도 이젠 글로벌시대…1억명 보는 작품 만들어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01.8005046.1.jpg)
▷김 위원장은 예술영화, 정 부문장은 상업영화의 글로벌화에 앞장섰는데 서로 어떤 영향을 줬나요.
김 위원장=부산영화제가 한국 예술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며 상업영화 수출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영화제가 창설되기 전 한국 영화인들은 해외 수출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한국 영화 수출 실적이 영화제 초기인 1997년 49만달러에서 1998년 300만달러로 급증했고, 2005년엔 7600만달러까지 솟구쳤어요.
정 부문장=한국 영화가 큰 변화를 맞은 계기는 1999년 대형 상업영화 ‘쉬리’(제작비 39억원)가 성공한 뒤 제작비 100억원, 2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출현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제는 대형 상업영화를 제작할 때 국내 1000만 관객이 아니라 해외 관객 1억명을 겨냥해야 할 시점입니다. 바로 곁에 13억명의 거대한 중국시장이 있으니까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오른쪽)과 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장이 서울 사간동 한옥카페에서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04374.1.jpg)
정 부문장=영화는 음악, 공연, 연기, 컴퓨터그래픽(CG), 음향기술 등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문화의 집합체라 할 수 있죠. 종합 예술적인 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임팩트가 크고 세계적으로도 킬러 콘텐츠가 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여서 생활에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김 위원장=21세기는 영상의 시대이며 이미지와 콘텐츠 시대라고 합니다. 영상은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콘텐츠예요. 문화융성위원회 입장에서는 문화와 정보기술(IT)이 융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일으키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영상은 모든 분야의 기본입니다.
▷문화융성위원장으로서 영화뿐 아니라 다른 장르도 융성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하시나요.
김 위원장=한국 문화를 융성하도록 뒷받침하는 대통령 정책자문 역할을 합니다. 인문학, 전통문화, 문화예술, 문화산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생태환경을 조사해 10년, 100년의 장기대책을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입니다. 창의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사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가령 크리에이티브크레이지캠프(CCC)를 열 계획인데, 20~30대 괴짜 50명을 모아 1주일간 합숙시키면서 융합형 콘텐츠를 개발토록 하는 프로젝트죠.
▷정 부문장께선 ‘설국열차’ 투자배급의 성공을 어떻게 이끌었습니까.
정 부문장=‘설국열차’는 감독, 작가, 배우 등 한국의 콘텐츠 역량을 글로벌 문화코드와 융화시킨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예요.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전 세계 167개국에 배급을 확정하면서 수출액이 2012년 한국 영화 전체 수출과 맞먹는 2000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내 관객도 930만명에 달했고요. 지난달 30일 프랑스에서는 할리우드 대작과 비슷한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어요. CJ E&M이 제작비 4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은 리스크가 컸지만 위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과 한국 공포영화 ‘더웹툰:예고살인’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죠.
정 부문장=중국시장을 겨냥해 만든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은 지난 4월 개봉해 5주 동안 2억위안(약 370억원)의 입장수입을 거뒀어요. 한·중 합작영화 사상 최고액일 뿐 아니라 역대 중국 로맨스 영화 중 8위의 기록이죠. 창조경제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CJ가 현지시장을 분석해 기획한 뒤 중국과 공동으로 제작했고 중국 최대 국영배급사 CFG(차이나필름그룹)가 배급을 맡았어요. ‘이별계약’이 성공한 뒤 CFG는 한국 영화 ‘권법’에 투자했습니다. 공포영화 ‘더 웹툰:예고살인’은 베트남에서 개봉해 90만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한국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랐어요.
▷한국 영화가 전성기를 맞은 이유와 그 배경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김 위원장=김영삼 정부 때 검열이 완화됐어요. 소재 선택이 자유로워지자 영화가 다양해졌죠. 김대중 정부는 영화에 국고 1500억원을 지원했고, 노무현 정부는 영화 발전기금 4000억원을 조성했습니다. 1998년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죠. 멀티플렉스가 등장하기 전 연간 관람객 4000만명에서 이제는 2억명으로 늘었으니까요. 효율적인 제작 관리와 합리적인 투자 시스템도 정착했고요. 매년 대학에서 영화 전공자들이 2000명 정도 배출되면서 좋은 인재들이 유입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정 부문장=10대나 중장년 등 다양한 계층이 새로운 소비자로 등장했어요. ‘7번방의 선물’이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40대 이상 관객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0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흥행에 대성공했죠.
▷영화와 문화콘텐츠의 글로벌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김 위원장=외국과의 공동 제작 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요. 공동 제작 협정은 프랑스, 캐나다와만 체결돼 있고 중국과는 아직 안돼 있어요.
정 부문장=문화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작자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주는 장치가 부족합니다. 불법 다운로드와 파일 공유에 대해 정부가 더 강력히 제재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사용토록 권하는 ‘굿다운로더’ 캠페인도 확산시켜야 하고요.
▷정부나 기업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정 부문장=글로벌시장에 진출할 때 소요되는 비용 등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이 필요합니다. 초기 단계의 리스크가 사라지면 세계시장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겁니다. 또한 CG와 시각효과, 3D 등 기술 부문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공제 혜택, 해외 수주 CG 물량에 대한 조세도 감면해줘야겠지요.
김 위원장=독립영화 전용관을 전국적으로 건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채 사라지는 우수 작품들이 많거든요. 재계에서도 콘텐츠산업 진흥과 투자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김동호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장
1937년 강원 홍천 출생.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전당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화부 차관을 역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키웠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으로 물러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융성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장
1964년 서울 출생. 상문고를 나와 미 남캘리포니아주주립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영화 수출입 분야에서 일하며 영화사 백두대간 상무, 제네시스픽쳐스 대표, 부산국제영화제 마켓부문 운영위원장, 쇼박스 투자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CJ E&M 영화사업 부문장을 맡아 ‘설국열차’를 최다 국가에 수출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