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팬과 함께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피에르가르뎅극장에서 현지 한류 팬클럽이 주최한 ‘드라마 파티’ 행사에 참석해 K팝 수상자들의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파리=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한류팬과 함께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피에르가르뎅극장에서 현지 한류 팬클럽이 주최한 ‘드라마 파티’ 행사에 참석해 K팝 수상자들의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파리=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공주(PRINCESSE PARK)가 파리에 다시 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지인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지난 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르피가로는 이렇게 전했다. 피가로는 그러면서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오를리 공항에서 동북아의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7㎞ 떨어진 오를리 공항은 박 대통령에겐 아픈 과거가 서린 곳이다. 1974년 8월15일 유학 중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서거로 이곳에서 귀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다 서거가 피격 때문이었다는 것을 신문 제목을 통해 알았다. 22세 박근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온몸에 수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쇼크를 받았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심정을 전한 바 있다.

그로부터 39년 후 박근혜는 대통령이 돼 같은 장소인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다. 수행원들에 따르면 트랩을 내리기 전 박 대통령은 한동안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겼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겐 프랑스가 아픈 과거 못지 않게 아름다운 추억도 깃든 곳이다. 이날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도 “유럽국 중에 왜 프랑스를 첫 방문국으로 택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 유학을 했던 프랑스에 대해 아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애(대통령의 딸을 높여 부른 말) 시절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자 마자 평소 꿈이었던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박 대통령이 공부했던 곳은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 부근에 있는 명문 공립대인 그르노블대다. 박 대통령은 학교 근처 하숙집에서 지내며 여러 나라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소풍도 다니는 등 그의 인생 어느 때도 누려보지 못한 평범한 생활을 만끽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자유로웠던 프랑스 유학 시절이 제일 행복했던 시간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또 “프랑스 가족의 소박한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며 잠시 나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도 가져보면서…”라고 썼다. 그러나 꿈 같은 시간도 잠시, 친구들과 여행하던 중 어머니 서거 소식을 듣고 6개월 만에 귀국길에 오른다. 피가로는 박 대통령의 과거 스토리를 전하며 “셰익스피어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과 같은 운명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밤 프랑스 도착 후 주말인 3일부터 서유럽 순방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 드라마의 날’ 행사는 물론 동포들과의 오찬 간담회,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오르세 미술관 관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파리 시내 피에르가르뎅 문화관에서 열린 ‘한국 드라마의 날’ 행사는 프랑스 내 한류 팬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공연 관람 후 박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즉석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4일에는 엘리제궁을 찾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정치 경제 문화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두 나라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하는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르노전기차 체험관도 방문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수석은 “이번 방문에서 우수한 과학기술 및 첨단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와의 창조산업 분야 협력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며 “문화예술 강국인 프랑스와의 문화협력을 통해 새 정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 구현을 위한 시사점을 얻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