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사장이 4일 서울 가산동 연구소에서 유전자 감식 검사 키트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사장이 4일 서울 가산동 연구소에서 유전자 감식 검사 키트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정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우는 아이를 업고 밤새 회사에서 실험했습니다. 그 의지와 절박함 덕분인지 유전자 감식 업계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지난달 31일 가산동 다우진유전자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사장은 “창업을 할 당시 나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박사과정까지 시작한 때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회사 경영과 육아, 공부 중 어느 것도 포기하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그가 다우진유전자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2002년이다. 울산대에서 분자유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원자력병원 실험치료연구실에서 유전자를 연구하던 그는 어느날 신문에서 여성경제인협회의 창업보육센터 광고를 봤다. 그 광고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내 머릿속에 실용화를 해보고 싶은 아이템들이 있었다”며 “퇴직금 3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창업보육센터를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인협회는 황 사장에게 사무실을 저렴하게 임대해 주고 사무용품과 각종 집기 등을 지원했다. 회계 영업 등에 대해 가르쳤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다우진유전자연구소다. ‘do with gene(유전자)’이라는 영어 앞글자를 따 회사 이름을 만들었다.

다우진유전자연구소는 유전자 감식 및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친자 검사, 사건현장 검사 대상물 검사, 유골 개인식별 검사, 미아방지, 식품 속 이물질 확인 등과 유전자 및 DNA 보관,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유전자 감식을 하고 있다. 국방부의 6·25 전사자 유가족 유전자 검사, 경찰청 유전자 감식, 식약처 기술개발 용역 등 정부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분야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 직원 10명에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냈다.

황 사장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이면서 동시에 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강원대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회사 경영에 대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배워야 했다”며 “당시 열 곳이 넘는 여성 기업들이 여성경제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출범했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나를 포함해 두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직원이나 기계장비가 많지 않아 의뢰 건수는 적은 편”이라며 “대신 하나를 검사해도 정확하게 하자는 각오로 서비스 품질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별화 노력이 결실을 맺어 비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이익을 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에서 7년 연속 ‘A등급 유전자 검사 기업’으로 선정됐고 국제공인 시험기관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는 1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직원 관리’와 ‘수익성 유지’라고 했다. 황 사장은 “여성 기업인들은 본능적으로 모험을 피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잘 안 풀리는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끈기와 지구력을 갖게 된 게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는 ‘종합 유전자센터’다. 황 사장은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종합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DNA 정보를 활용한 실종자 찾기, 입양인 가족 찾기 등에도 관심이 많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