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개월간의 청년인턴을 거쳐 올해 초 한국수자원공사에 입사한 오혜리(왼쪽)·김세미 씨가 경기 과천시에 있는 수도권지역본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지난해 8개월간의 청년인턴을 거쳐 올해 초 한국수자원공사에 입사한 오혜리(왼쪽)·김세미 씨가 경기 과천시에 있는 수도권지역본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KACT(수자원공사 직무능력검사) 준비는 무식하게 공부했어요. 모르면 무조건 외웠고 정 모르는 문제는 과감히 포기하면서 반복했죠. 그랬더니 눈에 익더라고요. 결국 수리·추리, 자료해석 문제를 시간 내에 풀 수 있었습니다.”(김세미)

“KACT는 단시간 내 업무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다양한 문제 유형과 반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성은 답이 없어요. 시험이 아니기에 자신의 성향이다 생각하면 모두 체크할 필요가 있어요.”(오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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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한국수자원공사 KACT를 앞둔 후배들을 위해 신입사원들은 합격 노하우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를 나와 수자원공사 ‘청년인턴 대상 정규직 채용’을 통해 올해 초 입사한 김세미 씨(29)는 10개월 동안이나 KACT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정기 신입 공채로 입사한 오혜리 씨(24)는 “전공시험에 자신있는 기술직 지원자라면 공채도 괜찮을 것 같다”며 “청년인턴 경험은 면접 때 꽤 유용했다”고 전했다.

김세미·오혜리 씨는 입사 절차는 달랐지만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수자원공사 청년인턴을 거쳐 지난 2월 입사한 동기다. 수자원공사는 청년인턴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한 차례 정규직 채용을, 올초 또 한 차례 청년인턴 정규직 채용과 일반 정기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았다.

경기 과천시에 있는 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이들을 만나 입사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가 이뤄진 5층 회의실 테이블에는 ‘안전하고 맛있는 수돗물 K-Water’라고 쓰여진 물병이 놓여 있었다. 황선민 홍보실 차장은 “정수장에서 바로 나온 물로 수질이 아주 좋다”며 “가뭄·홍수로 물이 부족한 지역과 각종 국내외 행사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수돗물은 끓인 후 냉장 보관해 마시면 맛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최계운 신임 사장은 5일 취임식을 하고 직원 4445명의 수자원공사를 새로 이끈다.

열 달 꼬박 KACT 매달린 해외 유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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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였던 김씨의 국내 취업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취직한 대학 친구들조차 ‘다시 미국에 가서 취업하는 게 훨씬 빠를 것 같다’고 충고했다. 그 무렵 김씨는 수자원공사 청년인턴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스펙없이 서류심사와 인성면접만으로 뽑는다고 하니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면접은 ‘풍부한 자료 수집이 경쟁력’이 될 것 같아 인터넷과 책을 통해 예상 질문을 뽑아 답변을 준비했죠.”

지난해 2월6일 인턴으로 첫 출근해 배치받은 곳은 집 근처의 시화조력발전소였다. 첫 임무는 홍보 업무. “그래픽 디자인 전공을 살려 각종 홍보물을 직접 디자인해 시간과 예산을 절감했다고 칭찬도 들었어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이번엔 좀 더 큰 일이 맡겨졌다. 전 국민 대상의 ‘시화호·조력발전소 사진 공모전’. 3개월 동안 공고부터 시상식까지 총괄기획을 맡게 되었다. “한국을 잘 몰랐기에 기초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제 자신을 낮췄더니 동료 직원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더라고요. 정규직 채용을 준비할 때도 업무가 끝난 다음에 모의면접까지 해주셨어요.”

김씨는 “실제 인성면접에서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자신의 인턴 8개월 경험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전공 프레젠테이션(PT)면접에서는 ‘수자원공사의 해외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수많은 해외 유학파들에게 ‘한국 취업의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비록 더딜지라도 학력, 전공, 학점, 나이, 자격증을 따지지 않는 수자원공사 청년인턴에 도전해 보세요. 외국에서 배운 공부를 내 나라 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각오 하나면 충분합니다.”

유머로 웃음바다 만든 이공계 여대생

오씨가 태어난 곳은 수자원공사가 총괄 기획해 1977년 신도시 건설을 시작한 경기 안산시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단 곳곳에 ‘물, 자연 그리고 사람 K-Water’란 조형물을 보면서 자랐다. 길거리 맨홀 뚜껑에도 수자원공사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한 오씨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준 수자원공사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때 배치받은 곳은 집에서 가까운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산업단지였다.

입사 후 오씨는 수도권의 효율적인 물 공급을 위해 상수도 노후관 교체 등의 수도시설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1967년 수자원개발공사로 출발한 수자원공사의 주업무는 홍수·가뭄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일이다. 구미 창원 여수 안산반월 시화 등 국가산업단지 조성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댐건설·관리에서 쌓은 노하우를 파키스탄, 태국, 필리핀에 수출하고 있다.

오씨는 인턴에게도 역할을 주고 신뢰하는 조직문화에서 입사 의지를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장께서 제게 체육대회를 기획·총괄해 보라고 했어요. 처음 맡는 일이라 우왕좌왕했지만 선배들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그는 면접에서 ‘인턴생활 때 조직 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남겼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제 호루라기에 맞춰 체육대회를 무사히 마친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좀 민망했지만 마지막 멘트로 ‘저는 조직에서 상큼한 비타민 같은 존재였답니다’라고 했더니 면접장이 웃음바다가 되더라고요.” 오씨는 때론 유쾌한 유머가 딱딱한 면접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공 PT면접 땐 ‘이상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대응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