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사람마다 소통이 참 어렵다고들 해요. 저는 먼저 자신에게 솔직한지 자문합니다. 최소한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소통이 되거든요.”

1993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해 ‘토크 개그’로 인기를 끈 방송인 표영호(사진).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회사 이름은 ‘굿마이크’라는 강연·교육기업으로 2011년 설립해 3000여명의 강사진을 운영하며 현재까지 1000회 이상의 강연 행사를 치렀다. 이와 함께 ‘리더스 스피치 아카데미(LSA)’를 운영하며 정치인, 법조인, 기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강연·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강연 자료와 경험담을 엮어 ‘소통으로 성공을 디자인하라’라는 소통서를 최근 냈다. 서울 대흥동 굿마이크에서 표 대표를 만났다.

“업무 특성상 사람 만날 기회가 많은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 같아요. 남들 보란듯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죠.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치사하리만큼 솔직한 얘기를 썼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어하는, 혹은 실천하지 못하는 나름의 팁을 담았습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소통은 강원도의 산골과 같아서 자주 왕래하지 않으면 그 길이 없어진다. 반대로 누군가의 마음과 자주 왕래하면 없던 길도 생긴다’라는 ‘공자님 말씀’부터, ‘차가 신호에 걸렸습니다. 옆 라인의 차가 앞머리를 밀어넣습니다. 서로 창문을 열고 욕을 합니다. 그 뒤로 차가 많이 밀립니다. 뭐하는 짓일까요. 이런 하자 인생들’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어느 날 공중파 TV에서 사라진 잘나가던 개그맨 표영호. 그가 갑자기 ‘소통 CEO’가 된 것은 아니다. 골프전문 방송 등 케이블 채널로 무대를 옮겨 20년 이상 방송을 해오고 있고, 그동안 여러 사업체도 운영했다. 2007년 TV 예능 프로그램이 버라이어티 쪽으로 기울면서 ‘몸개그’에 익숙지 않았던 표 대표는 공중파 무대를 떠났다. 북카페, 고기식당, 외식 프랜차이즈사업에 도전했으나 잇따라 실패하면서 가정이 흔들렸고 방황은 시작됐다. 그때 표 대표를 일으켜 세운 것이 바로 ‘강연’이었다.

“1년간 전국을 돌며 100차례 이상 들었던 것 같아요. 좋은 강연 하나가 ‘그냥 죽어버릴까’를 고민하던 바닥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죠. 지금 어딘가에서 과거의 저처럼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은 바람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