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디즈니, 외국영화 상영수익 싸고 '충돌'
할리우드 디즈니가 배급하는 할리우드 영화 ‘토르: 다크 월드’가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르…’는 지난 1~3일 전국 733개 스크린에서 82만7625명을 모으며 흥행 1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부터 개봉 5일간 누적관객 수는 105만3079명, 매출은 80억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의 서울 지역 스크린에선 볼 수 없다. CGV가 지난 9월부터 서울 지역 극장 상영수익을 60%(외화배급사) 대 40%(극장)로 나누던 종전의 관행을 깨고 50 대 50으로 조정하자 디즈니의 한국직배사(소니픽쳐스릴리징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가 서울 지역 CGV에 필름을 배급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토르…’는 서울 CGV를 제외한 지방 CGV와 전국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CJ CGV와 할리우드 디즈니가 배급 전쟁에 돌입한 셈. 서울 지역 CGV가 전국 스크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이므로 CGV는 최소 10억원 이상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디즈니 측도 서울 시내 CGV 극장에서 현장 구매하는 관람객 일부를 확보하지 못해 매출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서울 지역 CGV에서 영화를 상영하지 않은 것은 지난 9월 87만명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몬스터대학교’에 이어 두 번째다.

CGV 측은 “지난 40여간 외국영화가 한국영화에 비해 특혜를 받아오던 것을 시장 상황에 맞게 개편했다”며 “국제적으로도 50 대 50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9월 이후 서울 지역 CGV에서는 20세기폭스가 ‘에픽’ ‘퍼시잭슨’ 등을, 워너브러더스가 ‘그래비티’를 배급 상영했다. CGV는 한국영화에 대해선 지난 7월부터 수익배분율을 50 대 50에서 55(배급사) 대 45(극장)로 조정했다.

디즈니 측은 “(CGV 측이)상영작의 필름을 주면 50 대 50으로 조정하겠다고 일방적인 통고를 해왔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다”며 “대화를 제의하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CGV 측은 이에 대해 “책임회피성 발언일 뿐이다. 서울 지역 외 다른 지역 CGV에서는 ‘토르’를 50 대 50의 배분율로 상영하고 있다”며 “(이견이 있다면)지난 5월 우리 방침을 공문으로 보냈을 때 반대 의사를 표현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CGV와 디즈니의 배급전쟁으로 231만명을 동원한 외화 ‘그래비티’는 상영관을 장기간 확보하는 반사이익을 거뒀다. 서울 지역에서 ‘토르’ 관객을 흡수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이익을 봤다. 국내 2위 멀티플렉스 체인 롯데시네마 측은 “외화에 대한 수익배분율 조정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선택권에 타격을 입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영화팬 김정우 씨(29)는 “‘토르’를 꼭 보고 싶은 관객들은 서울 지역의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 등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을 만큼 극장 수가 많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